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인사시스템은 어떻게 조직을 망치는가
약 15년 가까이 같이 근무했던 친한 동료가 육아휴직을 마치며 퇴사를 선택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막상 인사발령 공문을 보니 체한 듯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미 나 역시 번아웃을 심하게 겪은 후 회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접고 '조용한 사직'을 실천하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퇴직'이라는 용기 있는 결정을 한 동료의 선택을 보여 마음이 무거워지기만 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곳이라 정규직원의 퇴사는 굉장히 드문 일이다. 내가 입사한 후, 14~15년 동안 퇴사한 직원이 겨우 2~3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1년 새, 무려 4명의 정직원이 퇴사를 선택했다.
퇴직사유로는 개인적인 문제도 있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조직의 인사시스템 때문이었다.
불합리와 부조리밖에 남아있지 않은 인사 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상처를 받았고 그 결과 나처럼 '조용한 퇴직'을 선택하거나 혹은 퇴사를 선택해 버렸던 것이다. 퇴사를 선택한 이들은 누구보다 맡은바 업무에 책임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하던 이들이었다.
참 슬픈 일이다.
수십 년 인생을 평생직장이라는 곳에서 함께하며 다 같이 으쌰으쌰 힘을 합쳐 발전적인 회사생활을 하면 참 좋을 텐데 대부분의 직원들이 머릿속으로는 딴생각을 하며 그냥저냥 버티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상황인지. 그렇기에 이 조직에서 희망찬 미래를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져 버렸다.
열정을 가지고 맡은 업무를 열심히 해봤자 보상은 커녕 일만 더 늘어나고 더 힘든 일만 맡게될 뿐이고 업무능력은 꽝이지만 아부와 아첨에 능수능란한 이들은 편안한 곳에서 기세등등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열심히 일을 한다는건 참 바보같은 짓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 내 열정을 내 일에 바쳐야 하는가.
이런 마음으로 매일 출근을 한다는 건 정말 불행한 일이다.
직원이 회사 명함을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꺼내놓지 못하는 마음을 먹게 된 것을 회사의 총책임자는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회사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인사시스템은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조직울 망치고 있다.
아마 나도 이 조직에서 정년을 채우진 못할 것이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사직을 하는 날 당당하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도록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난, '조용한 사직'과 함께 퇴직 후를 준비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