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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작가 Mar 22. 2024

대학생 학부모님들, 학사 문의는 자녀에게 양보하세요!

작년에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요즘 대학교 근황'이라는 제목의 사진이었는데 사진에는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학사 관련 문의는 학부모님이 아닌 본인이 직접 해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학사 관련 문의가 이루어지는 곳은 대학교이기 때문에 이미 성인이 된 대학생들의 학사 문의를 학부모들이 나서 대신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다양한 뉴스 매체에 소개되었다.


당시 뉴스 내용을 보면 "이게 진짜냐?" "설마 대학교에 저런 공지가 붙어있다고?" 하는 놀란 반응도 있었지만, 직장에서도 부모의 전화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런 상황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볼맨소리도 있었다. 


그런데 이건 현실이 맞다.


대학 학사팀에서 근무하면 학부모 전화를 정말 많이 받는다.

나 같은 경우는 학사본부에서 출석, 성적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거의 매일 학부모 전화를 받는다.

학부모 전화의 7~80% 이상은 출석에 관한 민원으로 아이가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했으니 출석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출석 점수는 성적 처리의 기본이 되고 성적은 장학금과 연결되기에 학생들은 출석에 굉장히 민감하다. 출석이 모자라게 되면 시험을 아무리 잘 봐도 성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규정에서 '유고결석 사유'를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지만 질병과 관련된 출석인정 여부는 늘 어려운 부분이다. 보통 질병으로 인한 경우는 너무나 다양한 경우가 있기에 규정에서는 '응급상황', '수술로 인한 입퇴원', '국가지정 전염병' 정도만 인정해주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보통 이런 민원은 학부모가 전화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은 사유는 감기, 몸살 등이고 물리치료, 한의원 진료, 치과 진료 등의 사유도 종종 등장한다. 그러면 규정에 따라 출석 인정이 어렵다고 답변하면 그때부터 학부모들의 항의가 시작된다. 우리 애가 아픈데 학교에서 왜 인정을 안 해주냐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아픈지 구구절절 설명하며 쉽사리 전화를 끊지 않는다.


물론 감기도 증상은 천차만별이고 통증은 주관적인 것이기에 아프다는 것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생 당사자 본인이 아닌 학부모가 전화해서 출석을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민원을 넣고 항의를 하는 것이 담당자 입장에서는 너무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학부모들의 전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옆의 동료는 자녀의 수강신청을 대신해주는 학부모 전화를 받고 있고 건너편 동료는 자녀의 졸업이수 조건을 학부모에게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녀의 대학생활을 부모들이 직접 챙기는 것이다. 아마 이 부모들은 자녀가 취업을 하게 되면 직장에도 전화를 할 것이다. 이게 자녀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대학생이면 본인의 일은 본인이 직접 챙겨야 한다. 부모님께 조언을 구할 수는 있지만, 성인은 자신의 일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본인의 일을 직접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요즘에는 학사에 대한 모든 정보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고 담당자 연락처 역시 공개되어 있기에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바로 전화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기 때문에 아파 학교를 못 간 자녀의 출석을 인정해 달라는 전화가 이어지면 정말 지친다.(요즘은 환절기라 이런 감기 환자 전화가 더 늘어났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기에 아픈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코 내 아이는 이렇게 키우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다. 또한 나 역시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이 아이의 주체성을 기르고 독립된 개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바라봐주는 역할에서 그쳐야겠다 생각한다. 


"대학생 학부모님들, '제발' 학사 문의는 자녀에게 양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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