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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핍의 임상심리사 Jan 02. 2024

걸음마기에 검토해 보아야 하는 증상들 (3)

비언어적 의사소통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은 언어적 의사소통을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단지 "저거 봐!"라고 말하는 것 보다 대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할 경우 목표로 했던 대상을 보다 정확하게 지칭할 수 있고 "정말 웃기지!"라고 말하는 것보다 박수를 치며 웃는 표정을 지을 경우 상대방의 공감을 더 많이 이끌어 낼 수 있다. 


효과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한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이러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잘 활용하지 않는 편이다. 즉, 다른 사람의 비언어적 의사표현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사용할 수 있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제한적이거나 서툰 모습을 보인다. 



고개짓으로 의사를 표현하기 


고개를 끄덕이고 젓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제스처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호자가 "우유 마실래?"라고 물었을 때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이러한 고개짓을 잘 활용하지 않는 편인데, 아직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경우 그저 울거나 보호자의 손을 당기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할 뿐 고개짓을 잘 하지 않는다. 말을 잘 하는 아이들도 고개짓을 사용하지 않고 말로만 "네.", "싫어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여러 명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고개를 젓는 것보다 끄덕이는 것을 더 늦게 터득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마도 "싫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고개짓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더 많고, 그 상황이 보다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인 것으로 예상된다. 즉, 굳이 "좋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고개를 저을 수는 있지만 끄덕이는 것은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들 중 일부는 고개를 정확하게 젓지 못하기도 하는데, 고개를 좌우로 정확하게 젓지 않고 한쪽으로만 고개를 돌리며 피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검지 손가락으로 대상을 가리키기 


대상을 가리키는 행동 역시 대표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 중 하나이다. 아이들은 고개짓과 함께 가리키기를 빈번하게 사용하게 되는데, 가리키기는 크게 두 가지 상황에서 활용된다. 하나는 자신이 의미하는 것, 혹은 원하는 것을 지칭하기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관심사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첫 번째의 경우 그림을 가리키면서 "이게 뭐야?"라고 물을 때를 예로 들 수 있다. 아니면, 손이 닿지 않는 물건을 가리키면서 그것을 자신에게 달라고 말하기 위해서 대상을 가리킨다. 두 번째의 경우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고 "멍멍이!"라고 말하며 대상을 가리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자신이 발견한 흥미로운 것을 보호자에게 같이 보자고 말하는 것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가리키기를 늦게 습득하는 편이다. 검지 손가락을 펴고 나머지 손가락은 쥔 채로 대상을 가리키는 것을 익히지 못해서 손바닥을 펼친 채 대상 쪽으로 손을 뻗거나 검지 손가락이 아닌 다른 손가락을 엉성하게 편 채로 가리키기도 한다. 가리키기를 보이더라도 대부분 첫 번째 형태의 가리키기에 국한되는데,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칭하기 위해 가리키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순수한 의미의 관심을 공유하기 위한 가리키기는 잘 보이지 않는 편이다. 



다른 사람의 손을 이용한 의사표현 


고개짓, 가리키기와 같은 기본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물론,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기, '쉿'하고 입술에 손가락 대기, 최고라는 의미로 엄지 손가락을 내밀기와 같은 여러 가지 제스처의 사용도 서툰 편이다. 때문에 아직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경우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데, 이 때 자주 나타나는 행동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의 손을 이용하는 것이다. 마치 막대기를 쓰듯 보호자의 손으로 물건을 끌어당기거나 가리킨다. 아니면 원하는 물건 위에 보호자의 손을 올려놓거나, 물건을 보호자의 손에 쥐어주는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한다. 원하는 것이 있는 방향으로 보호자의 손이나 팔을 당기거나 던지는 행동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눈 맞춤이 부자연스럽다.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쉽게 관찰할 수 있고, 매체에서도 자주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특징 중 하나로 그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눈 맞춤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활동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호명이나 신체적 접촉과 같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때때로 눈을 마주치더라도 길게 유지하지 않고 다른 쪽으로 피해버리며, 눈 맞춤이 불안정해서 나를 보고 있는 것인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아이들은 눈을 잘 마주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빤히 바라보거나 고개를 아래로 두고, 혹은 옆으로 돌리고 흘기듯 바라보기 때문에 부적절한 인상을 준다. 흘기듯 바라보는 것은 일종의 감각 추구행동일 수도 있다. 



표정이 제한적이다. 


표정 역시 중요한 비언어적 의사소통 중 하나인데, 우리는 웃고, 찡그리는 등의 표정 외에도 눈치를 보는 표정, 으스대는 표정, 부끄러워하는 표정, 새침한 표정, 토라지는 표정 등 다양한 표정을 사용한다. 이러한 표정들은 내가 '사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며,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미묘하고 섬세한 변화가 생긴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이러한 표정의 변화가 제한적인 편인데, 대부분 무표정하게 있거나 기분에 따라 웃고, 찡그리는 정도의 극단적인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성장하면서 표정의 변화가 다양해지기도 하지만, 어린 시기에는 또래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단조로운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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