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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Oct 29. 2017

네가 울었던 밤에 로큰롤이 죽어버렸어

Regal lily와 Hump Back, 포효하는 소녀들


リーガルりりー(Regal lily) 'リッケンバッカー(Rickenbacker)'


きみはおんがくを
키미와 온가쿠오
너는 음악을

中途半端に辞めた。
쥬우토한파니 야메타.
어중간하게 그만뒀어.

きみはおんがくを
키미와 온가쿠오
너는 음악을

中途半端に食べ残す。
쥬우토한파니 타베코스.
어중간하게 먹다 남겼어

リッケンバッカーが歌う
릿켄밧카가 우타우
리켄배커가 노래해

リッケンバッカーが響く
릿켄밧카가 히비쿠
리켄배커가 울려 퍼져


リッケンバッカーも泣く
릿켄밧카아모 나쿠
리켄배커도 울어

おんがくも人をころす。
온가쿠모 히토오 코로스.
음악도 사람을 죽여


록 인 재팬 영상을 돌려보다 우연히 이 팀에 눈길이 갔다. 조그마한 체구의 소녀가 무대에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기타를 치며 "음악이여 사람을 살려줘"라고 노래하고 있었다. 좀처럼 BGM의 의미 이상을 가지지 못하는 작금의 대중음악 신에서 그들은 음악이 사람을 죽일수도 살릴수도 있다고 외친다. 초특급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이들은 드물지만, 이처럼 독자적인 감성과 자유로운 에너지를 겸비한 밴드들은 꾸준히 나온다.


어느 칼럼에서 보니 한 해 동안 일본 전역에서 실시되는 밴드 오디션에 약 12,000팀 정도가 응모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10대들이 기획사 아래에서 연습생 신분을 이어갈때 일본의 10대들은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때 악기를 잡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하다. 워낙 방과후 활동이 잘 체계화 되어 있기도 하고. 이 안엔 여성의 비율이 만만치 않다. 보통 일본의 여성들을 수동적이라 이미지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의 밴드 신을 보면 이만큼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들이 모여있는 영역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록스타가 선망의 대상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


< 프로듀스 101 >의 바람을 타고 비슷한 콘셉트의 < The Unit >과 < 믹스나인 >이 동시에 방영을 시작했다. 연습생의 서사로는 부족했는지 이번엔 실패를 겪은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절박함을 더했다. 이 과정에서 대형기획사는 소속사간에도 급이 있음을 명확히 인지시킨다. 꿈을 일원화시키는 데 앞장선 이들이 이제는 실패 후의 상황까지 통제하려 드는 형국이다. 그렇게 연습생에 이어 데뷔 후 묻힌 이들에게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다보니, 그 신 바깥에 있는 이들은 더더욱 소외되어간다. 주목받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어려움으로 인한 눈물까지 차별받는 시대. 시스템안에 종속되어 자신의 내면을 탈탈 털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뭘 해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더욱 록스타 부재의 한국이다. '가수=아이돌그룹' 등식은 이렇게 성립된다.


사연을 파니 갑작스레 재평가되는, 에바쎄바줌바댄스를 16배속으로 춰버리는 상황.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정팔이를 참 좋아한다.

제도권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생각을 포효하는 다듬어지지 않은 10대들을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보고 싶지만, 현실은 더욱 요원해지는 것 같다. 기성품으로 갈고 닦여 한치의 오차 없는 군무가 쇼케이스처럼 나열되는 음방을 보고 있자면 그 공허함은 더욱 커져만 간다. 양국의 어른들이 음악 신의 테두리 안에서 10대의 활용범위를 가늠하는 시선은 꽤나 다르구나 싶다. 뭐 어쩔 수 없다. 이건 단기간이 아닌 반세기에 걸친 양국 대중음악사에 기반해 성립된 것들이니까.


케이팝은 세계적으로 점점 인정받는 추세라고 하는데,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순위가 올라갈수록 어째 내가 들을 음악을 점점 더 줄어든다. 이건 나만 그런건 왠지 아닐것 같다. 이 와중에 보이즈 인 더 키친은 발음 때문에 욕을 먹고 마르멜로는 아마추어라 비난받는다. 말마따나, 'ring ding dong'을 또박또박 부르는 것과  'see the sun'을 후려서 부르는 것을 비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럼에도 아이돌을 키우는 것에 재미를 들인 대중들은 이제 타영역의 아티스트의 개성조차 자신들의 기준에 놓고 맞다 틀리다 심판하며 깎아내려 한다.


가수가 되고 싶은 10대들에게 가장 선택지가 없을 것 같은 한국의 대중음악신. 정리가 되지 않는 복잡한 마음과 함께 방송사와 소속사가 결탁해 만들어 놓은 동물원 철창과 같은 스테이지에서 흘리는 눈물을 보고 있자니, 이번주에 발견한 이 밴드의 노래가사가 - 그들이 의도한 의미이던 아니던 - 갑작스레 떠오른다.


Hump Back '星丘公演'
"네가 울었던 밤에 로큰롤이 죽어버렸어"


그들이 흘리는 눈물의 양만큼 - 로큰롤로 대표되는 - 음악 속 개개인의 주체성은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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