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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ul 06. 2018

안녕, 챠토몬치.

7/4, 마지막 단독공연을 보고

우선 이번주 제이팝 신보소개를 한 주 쉬게 된 점에 대해 양해 말씀 드립니다. 핑계라면 핑계겠지만, 지난주 토요일에 있었던 요기 뉴 웨이브스 인터뷰 정리가 끝나자마자 저의 최애밴드, 챠토몬치의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온 탓에 도무지 쓸 틈이 나질 않았습니다. 네.. 적어놓고 보니 완벽한 변명이네요..

제가 쓴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챠토몬치는 저에게 있어 삶의 이정표 같은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완결을 선언하고 7/4 마지막 단독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든 그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외국거주자의 한계랄까요.선행응모권이 담긴 트리뷰트 앨범이 신청기한을 지나서 도착한데다가(잊지 않겠다 와라XX...), 현지팬들의 빡센 티켓팅으로 인해 좌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찌어찌 몇배의 금액을 더해 구하긴 했지만, 사실 굳이 이렇게까지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물론 아쉽긴 하겠지만, 내가 그걸 본다고 해서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브런치에도 올린 챠토몬치 글을 일본어로 옮겨 록킹온이 운영하는 일반인 대상 감상문 투고 사이트에 보냈더니 고맙게도 이렇게 글을 실어주었습니다
신주쿠 타워레코드에 가서 메시지도 남기고 왔네요.



그래도 전날 되니 기분이 정말 이상하더라고요. 평소 여행가는 느낌과는 완전히 다른 류의 공기가 느껴졌습니다. 밤부터는 뭘 들어도 뭘 봐도 손에 잡히지가 않았습니다. 열두시반이 넘어서 잠들어 세시가 조금 넘어 눈을 떴죠. 그때쯤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구나... 하는 감각이 어렴풋하게 밀려왔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부도칸은 3년 전의 10주년 공연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사실 그들의 마지막 앨범 < 誕生 >는 내용물로만 보면, 완결을 결심한 이들로는 보이지 않는 새로운 시도들로 가득한 작품이죠. 굳이 티내지 않고 활동 마지막날까지 계속 진화해가겠다 맘먹은 그들인만큼, 팬들 사이에서도 감정의 동요는 미미한 상태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팬들 역시, 어느 순간 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있고요. 왜인지 설명할수는 없지만, 분명 머지 않은 시기에 이별을 고할것 같다는 인상을 받고 있었거든요.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이 날 공연. WOWOW를 통해 생중계됨과 동시에 전국 각지의 극장에서 라이브 뷰잉이 실시 되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시작된 공연은, 역시나 마지막이라는 기색을 쉽게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앨범 < 誕生 >의 수록곡들이 초반을 장식했고, DJ미소시루토MC고항이 게스트로 초대되는 등 그냥 새 앨범을 낸 밴드의 투어 같은 흐름이었죠. 인트로를 포함 8곡 중 6곡을 선보이고 나서야 이 신보 쇼케이스는 끝이 났습니다. 사실 자리를 찾은 이들은 - 저를 포함해 - 조금 조바심이 났을 겁니다. 3인 시절의 곡들을 조금이라도 많이 들려주길 원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신곡에 이렇게 많은 비중을 둔 것이 과연 그들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 어쿠스틱 세션으로 진행한 ‘惚たる蛍’와 ‘染まるよ’가 추억으로 가는 길목을 열며 1부 순서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어 2005년부터 현재까지 그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자료가 플레이되었습니다. VTR을 보며 챠토가 이런 모습으로 이런 음악을 하고 있을때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챠토와 저를 계속 겹쳐보고 있었습니다. 군대 당직을 서며  < 耳鳴り >와  < 生命力 > 을 듣고, 칠레라는 낯선 곳으로 교환학생을 갔을땐 < 告白 >를, 취업준비로 한참 골머리를 썩고 있을때는 < AWA COME >과 < You More >, 참으로 어려운게 많던 신입사원 시절엔 < 変身 >,  꿈과 현실의 양립을 힘겨워하던 시기엔 < 共鳴 >을 듣고 이런 그들과 함께 했구나. 아프고 부끄럽고 그러면서도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그런 13년이란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2부에 등장한 것은 어째서인지 오케스트라. 챠토몬치 앙상블이라는 이름을 붙인 6인조 현악단과 함께한 ‘majority blues’, ‘ウィークエンドのまぼろし’를 듣고 나서야 저는 뒤늦게 ‘아차’ 싶었습니다. 오늘 공연은 3인 시절의 챠토몬치가 아닌, 13년 전체를 관통하는 이 두 사람이 가꾸어 온 챠토몬치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사실을 그때 깨닫게 된 것이죠. 솔직히 말해 팬들이 원하는 것은 너무나도 뻔합니다. 탈퇴했던 쿠미코가 쨔잔 하고 등장해 쓰리피스 중심의 세트리스트를 소화하는 것이었겠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챠토몬치라는 밴드는 팬들이, 관객들이 원하는 바에 그대로 부응한 적이 없었습니다. 늘 새롭게 나아가려 하고, 미지의 세계에 안착해 또 다른 미개척지를 찾았죠. 신곡부터 오케스트라까지. 편하게, 요령있게 하는 것은 본인들의 전공이 아니라는 것처럼, 여전히 새로움 일색인 라이브 내용은 더더욱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챠토몬치앙상블과 함께 세 곡 정도를 소화한 후 스페셜 게스트가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할 때만 해도 모든 관객들이 설마? 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난 공명 때 함께 했던 하이 스탠다드의 츠네오카 아키라가 등장, 기대한 팬들을 확인사살했습니다. 그리고 현악이 웅장함을 더한 ‘東京ハチミツオーケストラ’를 피로, 이후 스트링스가 퇴장한 후에도 ‘さよならgood bye’, ‘どなる、でんわ、どしゃぶり’까지 의외라고 생각될정도로 1집 노래들이 연속해 울려퍼졌습니다. 나중에 계산해보니 첫앨범과 마지막앨범이 6곡씩, 그리고 나머지 디스코그라피에서 총 8곡, 마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흐름이었달까요.

한편, 이게 라스트가 맞나 하는 의구심은 앙코르까지도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シャングリラ’, ‘風吹けば恋’까지 이어진 후 츠네오카 아키라가 퇴장하는 순간까지도 여느때와 비슷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다 “따뜻한 말 해주면 엣쨩 위험할지도 몰라”라고 하다 오히려 자신이 터뜨려버린 앗코빙의 눈물이 신호탄이었는지도요. 그때서야 갑자기 더이상 이들의 공연이나 작품, 소식을 들을 수 없다는 슬픈 미래가 절반쯤 현실화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겪어본적이 없어 이때가 되면 노래를 부를수 없는 상태가 될지도 몰라서, 여러분께 도움을 받을까해서 화면에 자막을 준비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앗코빙의 피아노로 시작된 곡은 바로 ‘サラバ青春’.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고, 그렇게 우리들만의 졸업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곡을 만들었을때 이 순간이 올 것을 직감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젠 정말 헤어져야 함을 인정하고 애써 아쉬운 작별을 건네는, 너무 딱 들어맞는 탓에 오히려 마음이 더 아프게 하 노랫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매일매일이 기념일이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달아”라는 노랫말처럼 그 순간 현장에 있던 우리들은, 함께 그 노래를 따라 부르며 지금이 이별해 할때임을 이렇게 목전에 두고서야 깨닫고 있었습니다.

현장은 이랬습니다. 다시봐도 괜히 울컥...
사라바 세이슌 - 피아노 앗코빙, 보컬 엣쨩, 코러스 부도칸에 있던 챳토모. 이걸 보고 괜시리 뭉클해지기도 했죠.


이 글을 적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야 이제 더는 그들의 다음 걸음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고, 그럴때마다 공허함과 안타까움이 더욱 커져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더 이상 어제 겪었던 것들을 경험할 수 없다는 사실, 오랫동안 의지해왔던 그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 저를 기다리고 있죠. 모든 것엔 마지막이 있지만, 이렇게 끝이라는 말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다르구나. 그리고 그 끝이라는 것을, 정말로 그들답게, 모두를 배반하는 형태로, 그럼에도 이토록 희망적으로 전하고 있구나. 라는 감탄속에서도, 더 이상 그들의 작품을, 공연을, 더불어 챠토몬치라는 역사의 진행을 더 이상은 볼수 없다는 것이 정말 너무너무 아쉽고 안타까워서, 어찌할 도리가 없네요. 그래도 마지막을 매듭짓는 것은 이렇게 하는 거야 하며 일러준 그들은 끝까지 저에게 깨달음을 가져다 준 제 인생의 영웅입니다. 공식적인 활동의 종착점은 7/21에 있을 코나손페스이기에, 남은 2주동안, 더욱 힘차게 손을 흔들어주려 합니다. 그리고 나선 모든 일정을 마친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주려고요. 사라바 세이슌, 사라바 챠토몬치.


サラバ青春 - チャットモンチー

卒業式の前の日に僕が知りたかったのは

졸업식 전날에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地球の自転の理由とかパブロフの犬のことじゃなくて

지구가 자전하는 이유나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라


本当にこのまま終わるのかってことさ

정말로 이대로 끝나는걸까 라는 것


ひっそりとした教室に座っているのは僕らだけで

조용한 교실에 앉아있는건 우리들 뿐


何だか少し笑えてきた

왠지 모르게 조금 웃게 됐어


空はいい感じの夕焼け色で飛行機雲がキーンて続いていた

하늘은 좋은 느낌의 노을색, 비행기구름이 쭉 이어져있어


きっといつの日か笑い話になるのかな

분명 언젠가 웃으며 이야기하게 되는걸까


あの頃は青くさかったなんてね

그 시절은 참 어렸지, 같은거


水平線に消えていく太陽みたいに

수평선에 사라져가는 태양 같이


僕らの青春もサラバなのだね

우리들의 청춘도 안녕이네


サラバ青春

안녕, 청춘


思い出なんていらないって つっぱってみたけれど

추억따위 필요없다고 버텨봤지만


いつだって過去には勝てやしない

언제나 과거엔 이길 수 없어


あの頃が大好きで思い出し笑いも大好きで

그 시절이 너무나 좋아서, 떠올리며 웃는 것도 너무나 좋아서


真っ暗闇に僕ひとりぼっち

새카만 어둠 속에 나 홀로


ピンク色の風もうす紫の香りも音楽室のピアノの上

핑크색 바람도, 연보라빛 향기도, 음악실의 피아노 위


大人になればお酒もぐいぐい飲めちゃうけれど

어른이 되면 술도 벌컥벌컥 마셔버리겠지만


もう空は飛べなくなっちゃうの?

이제 하늘은 날 수 없게 되는거야?


汗のにおいの染みついたグラウンドも

땀냄새가 밴 운동장도


ロングトーンのラッパの音も「さようなら」って言えそうにないなあ

롱 톤의 나팔소리도 '안녕'하고 말하는 것 같지 않네


君とよく行った坂下食堂は

너와 자주 갔던 언덕 아래 식당은


どうやら僕らと一緒に卒業しちゃうらしい

아무래도 우리와 함께 졸업하려나봐


何でもない毎日が本当は

아무것도 아닌 날들이 사실은


記念日だったって今頃気づいたんだ 

기념일이였다는걸 지금에서야 깨달았어


今頃気づいたんだ

지금에서야 깨달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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