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꿈을 꿉시다

by 책한민국

제주공항에서 차로 서남쪽을 향해 40분쯤 가면 제주 항공우주박물관이 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보고 즐길 것이 많으니 방문해보시길 권유합니다. 박물관 1층 항공역사관에는 꼭 120년 전인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만들어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한 플라이어호의 실물 크기 모형이 있습니다.


날개길이 12미터인 플라이어호는 동생 오빌 라이트를 태우고 12초 동안 36.5미터를 날았는데 당시 이를 지켜본 사람은 고작 5명이었습니다. 원래 첫 비행의 주인공은 동전 던지기로 형 윌버 라이트가 차지했지만, 형의 첫 비행은 실패했고 동생이 두 번째 비행에서 성공했습니다. 향후 전 세계 모든 역사책에 기록될 장면을 자신들이 본 것을 알았더라면 목격자들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요?


당시는 과학자들이 하늘을 나는 물체는 만들 수 없다고 공공연하게 떠들던 시대였습니다.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는데, 현실에는 동냥도 안 주면서 쪽박만 깨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뿐인가요? 심지어 동냥하는 사람을 죽이려 들기까지 합니다.


유명한 심리실험이 있습니다. 원숭이 다섯 마리를 방 안에 넣었습니다. 천장에는 바나나가 매달려 있고, 그 아래에는 사다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원숭이라도 사다리를 오르면 방안의 모든 원숭이는 몸서리쳐지는 찬물 세례를 받습니다. 결국 원숭이들은 바나나를 깨끗이 포기합니다.


이때 다섯 마리 중 한 마리를 빼고 새로운 원숭이를 넣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원숭이는 사다리를 오르려 시도하는데, 선배 원숭이 네 마리가 결사적으로 끌어내립니다. 원년 선수가 한 마리씩 교체되고 나중엔 방 안에 찬물 세례를 경험한 원숭이가 한 마리도 없는데 그들은 여전히 사다리를 오르는 동료를 붙잡아 끌어내립니다. 이유 불문하고 배운 대로, 하던 대로 합니다. 사람은 안 그럴까요? 120년 전에는 인류 전체가 그랬습니다. 극소수 바보들을 빼고 모두가.


중세 유럽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글라이더와 헬리콥터의 스케치를 남겼습니다. 외형뿐 아니라 동작 원리까지 기록한 설계도였습니다. 시대를 400년을 앞서간 천재였죠. 4년만 미래를 내다보아도 현자 대접을 받는데 자그마치 400년입니다. 그런데 중세 사람들은 신을 제외하고 하늘을 나는 건 악마와 마녀뿐이라고 믿었고, 영리한 천재는 시제품을 만들지 않아 화형을 면했습니다.


생각이 다를 때 사람들은 타이르거나 위협하거나 죽입니다. 원숭이보다 더 잔혹합니다. 오늘날에도 지구촌에 전쟁과 살인이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특히 시대의 상식과 기존 관념에 의문을 품는 용기와 지혜는 극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에 가깝습니다. 반면 내가 옳다는 믿음, 내가 틀렸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상식을 의심하지 않는 복종심은 살인을 정당화할 정도로 강하고 어리석습니다. 틀리기보단 차라리 살인을 선택하는 게 인간입니다.


화성에 탐사로봇을 보내고 전 세계를 하루 이틀에 오가는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불가능의 사슬에 묶여 천장의 바나나를 애써 외면합니다.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과거의 불가능이 현재의 상식이 되고, 현재의 상식은 미래의 어리석음이 됩니다. 그것이 인류가 걸어온 길입니다. 역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보는 바보들만이 점화할 수 있는 벽난로와 같습니다. 그리곤 모두가 불을 쬐죠.


스티브 잡스는 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했습니다. 배고픈 채로, 바보스럽게 살라는 뜻입니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는 말과도 통합니다. 인류 문명과 인간 정신의 잠재력은 그 한계에 도달하기는커녕 이제 막 여정의 첫발을 뗀 상태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디까지 자라고 어떤 열매까지 맺을 수 있는지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도, 집단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이제 겨우 떡잎이 돋아나기 시작했으니까요.


일부 과학자들은 만약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들의 문명은 많은 할리우드 SF영화와는 달리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리라고 예측합니다. 모래를 아무리 부어도 탑을 쌓을 수 없는 것처럼 상호 존중과 평화의 정신이 없는 문화는 고도의 문명으로 발달하기 전에 자멸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물질보다는 정신입니다. 정신이 강하고 아름답지 않은 인생과 문명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결국 자기 자신을 해치고 말 것입니다. 저는 플라이어호 모형 앞에서 말 그대로 전율했습니다. 눈물이 울컥 솟아나려고도 했습니다. 온 세상이 비웃고 끌어내리려 방해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위대한 인간 정신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도전은 나 하나의 이익과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와 인류 모두를 위한 불가능에의 도전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기로 선택하기만 한다면 말이죠. 불가능한 꿈을 꿉시다. 불가능에 도전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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