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냥 계약서 아닌가요?”

한 줄 빠뜨렸다가… 하마터면 수천만 원 손실을 지게 될 뻔한 이야기

by 산뜻한

안녕하세요, 변호사 산뜻한입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우리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법의 세계에서 계약서는 안도의 상징이 아니라,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분쟁의 ‘예상 시나리오’이자 ‘전투 계획서’입니다. 특히 “어차피 다들 이렇게 쓰잖아요”라며 무심코 사용한 ‘표준 계약서’는 내 특별한 상황을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는 ‘가장 위험한 문서’가 될 수 있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8ouvvj8ouvvj8ouv.png AI 생성 이미지

오늘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믿음이 어떻게 수천만 원의 손실로 이어질 뻔했는지, 실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사례. “공사하면 나갈게요” 말만 믿었다가… 보증금까지 위험해진 박 사장님


오랜 기간 비어있던 상가를 드디어 임대하게 된 박 사장님. 임차인은 열정이 넘치는 젊은 사업가 최 대표였습니다. 계약 전, 박 사장님은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솔직하게 알렸습니다.


“최 대표님, 저희 건물이 2년 안에 재건축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래서 계약 기간을 다 못 채우고 가게를 비워주셔야 할 수도 있어요. 괜찮으시겠어요?”


최 대표는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습니다. “사장님, 걱정 마세요! 공사 시작하시면 알아서 잘 정리하고 나가겠습니다. 약속합니다!”


이 ‘신사적인 약속’에 마음이 놓인 박 사장님은 부동산에서 구해온 일반적인 임대차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찜찜한 마음에, 계약 직전 마지막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계약서를 검토한 저는 박 사장님께 단호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 이 계약서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막상 수천만 원을 들인 가게를 비워야 할 때가 오면 최 대표는 ‘그런 약속 한 적 없다’며 상가임대차보호법상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주장할 겁니다. 구두 약속은 법정에서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변호사의 시선] ‘미래의 분쟁’을 예측하고, ‘법의 언어’로 방패를 만들어라


박 사장님과 최 대표의 대화는 훈훈했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힘이 없는 ‘공허한 약속’에 불과했습니다. 저는 박 사장님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다소 차갑게 보일지라도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핵심 안전장치’ 조항을 계약서에 명확히 삽입했습니다.


핵심 조항 (계약갱신요구권 배제): “본 임대차 목적물이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정비사업 구역 내에 위치하여, 임대차 기간 중 철거 및 재건축될 예정임을 임차인은 충분히 인지한다. 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의 구체적 고지’에 해당하며, 임차인은 이를 이유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라는 문구를 명시했습니다. 이는 ‘알아서 나갈게요’라는 말을 법적 효력이 있는 ‘글’로 바꾼 것입니다.


‘나 몰라라’ 방지 조항 (손해배상 예정): 만약 최 대표가 약속을 어기고 버텨 재건축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조합에 대한 지연손해금 등 모든 금전적 손해를 임차인이 책임진다는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소송비용 전가 조항: 만약의 경우 명도소송까지 갈 경우, 박 사장님이 지출한 변호사 보수를 포함한 모든 소송 비용을 최 대표가 부담한다는 조항을 넣어, 애초에 분쟁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계약 당일, 저는 이 조항들을 최 대표에게 하나하나 설명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여전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습니다.


“네, 뭐 좋은데요? 빌딩 사는 것도 아닌데… 복잡하네요. 도장 찍으면 되죠?”


그는 자신의 가벼운 말 한마디가 법의 세계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그리고 잘 짜인 계약서 한 줄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지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박 사장님은 이제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최 대표의 선의가 아닌, 법으로 증명되는 계약서가 그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테니까요.


변호사의 ‘내 돈 지키는’ 계약서 꿀 TIP


분쟁은 피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일단 시작되었다면 이겨야 합니다. 오늘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핵심 꿀팁을 정리해 드립니다. 계약서에 단 몇 줄만 추가해도, 미래의 골칫거리를 막을 수 있습니다.


꿀 TIP 1. 재건축 계획이 있다면, ‘법에서 정한 방식’으로 반드시 고지하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재건축 예정인 상가를 임대할 때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라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의 요건에 맞춰 계약서에 명시해야만,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재건축할 거니까 중간에 나가셔야 해요”라고 말로만 하고 끝내는 것입니다. 우리 법은 임차인의 권리를 매우 두텁게 보호하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명확한 방식으로 고지하지 않으면 그 어떤 구두 약속도 소용없습니다. 반드시 계약서에 관련 법 조항을 근거로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해야 향후 권리금 분쟁이나 명도 거부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꿀 TIP 2. 소송비용은 분쟁을 일으킨 ‘원인 제공자’가 부담하게 만드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계약서에 “본 계약 위반으로 소송이 발생할 경우, 귀책사유가 있는 자가 상대방의 변호사 보수를 포함한 모든 소송 비용을 부담한다.”는 문구를 반드시 넣으세요.


많은 분들이 소송에서 이기면 상대방에게 변호사 비용을 다 받을 수 있다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법원에서 인정해주는 금액은 실제 지출한 비용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계약서에 위와 같은 특약을 넣으면, 상대방의 잘못으로 시작된 소송에서 내가 쓴 변호사 비용까지 온전히 받아낼 수 있습니다. 이 조항 하나만으로도 상대방은 ‘어디 한번 버텨볼까?’라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하게 됩니다. 소송을 막는 가장 강력한 ‘부적’이 되는 셈이죠.


계약 단계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수천만 원의 손실과 스트레스를 막는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특히 재건축처럼 복잡한 법률 이슈가 얽힌 상황에서 ‘표준 계약서’를 믿는 것은 아무런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의 함정을 경계하세요. 냉정해 보일지라도, 모든 약속을 꼼꼼한 ‘글’로 남기는 습관이 당신의 소중한 재산을 지켜줄 것입니다. 오늘부터 계약서의 모든 글자를 ‘나를 지키는 갑옷’이라 생각하고 신중하게 살펴보시는 건 어떨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저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