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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감옥 한번 가봐라!”

억울한 고소, 변호사는 이렇게 뒤집습니다

by 산뜻한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대사, "너, 무고죄로 고소할 거야!" 현실에서도 이 '무고죄'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무서운 범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웬만해서는 유죄를 받아내기 가장 어려운 범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실제 있었던 판례를 바탕으로, 악의적인 거짓말이 어떻게 법의 심판을 받았는지, 그리고 억울한 고소에 휘말렸을 때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쉽고 명확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례. “그 약사, 가짜 약 팔아요!” 단 한 번의 방문이 만들어 낸 거짓


평범한 오후, 동네 약국을 운영하던 김 약사는 황당한 연락을 받습니다. 보건소에서 “무자격자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며 조사를 나온 것입니다.


신고자는 며칠 전 약국에 딱 한 번 들렀던 박 씨.


박 씨는 신고서에 “김 약사가 아닌 직원이 ‘레드콜연질캡슐’이라는 약을 나에게 팔았다. 심지어 약사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약을 팔라고 직원에게 지시하는 것까지 봤다”고 아주 구체적으로 적어 냈습니다.


하지만 이건 명백한 거짓말이었습니다.


첫째, 김 약사의 약국은 ‘레드콜연질캡슐’이라는 약을 취급한 적조차 없었습니다.


둘째, 박 씨가 방문했을 때 직원은 계산만 도왔을 뿐, 약에 대한 설명과 판매는 CCTV 영상 속에서 김 약사가 직접 하고 있었습니다.


셋째, 박 씨는 약사가 직원에게 판매를 지시하는 장면을 보거나 들은 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김 약사는 억울함을 풀었지만, ‘가짜 약을 파는 비양심적인 약사’라는 헛소문과 싸워야 했습니다. 결국 김 약사는 박 씨를 ‘무고죄’로 고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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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시선] 무고죄, 왜 유죄 받기 어려울까?


“CCTV도 있고, 약을 판 적도 없다는 증거도 있는데, 당연히 무고죄 아닌가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지만, 수사기관의 문턱은 생각보다 훨씬 높습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다음 세 가지가 모두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목적: 상대방을 형사처벌이나 징계받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허위사실: 신고한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거짓말이어야 합니다.


고의: 신고자 스스로 ‘이게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일부러 신고했다는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넘기 힘든 산이 바로 3번, ‘고의’의 입증입니다. 신고자가 “저는 정말 그렇게 믿었어요. 착각했습니다.”라고 버티면, 그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한 ‘알면서도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증명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실제로 많은 무고 고소 사건이 “신고 내용이 다소 과장되거나,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갔을 뿐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는 “신고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을 수 있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습니다.


거짓말을 꿰뚫는 ‘결정적 한 방’은 무엇이었나? (1, 2, 3심 모두 유죄)


그렇다면 위 약국 사례에서 법원은 어떻게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박 씨의 ‘고의’를 꿰뚫어 봤을까요? 바로 ‘주관적 착각’이라고 변명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의 왜곡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POINT 1. 존재하지 않는 사실의 창조: 박 씨는 약국에 있지도 않은 ‘레드콜연질캡슐’이라는 약 이름을 정확히 특정했습니다. 이는 ‘기억이 가물가물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없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낸 행위입니다.


POINT 2. 보지 않은 사실의 단정: 박 씨는 자신이 보거나 듣지 않은 ‘약사의 판매 지시’를 마치 직접 목격한 것처럼 단정하여 신고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추측을 넘어, 자신의 추측을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꾸며낸 행위입니다.


법원은 이 두 가지 포인트에 주목했습니다.


설령 박 씨가 정말 직원이 약을 팔았다고 착각했을지라도, 있지도 않은 약 이름을 특정하고 , 보지도 않은 사실을 봤다고 단정한 것은 ‘자신의 신고가 거짓일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감행한 행위(미필적 고의)라고 판단하여 결국 1심, 2심, 대법원 모두 무고죄 유죄를 인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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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내 명예 지키는’ 무고 대응 꿀 TIP


억울한 고소는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감정적인 하소연은 잠시 접어두고, 냉정하게 ‘사실’과 ‘증거’에 집중해야 합니다.


꿀 TIP 1. ‘알리바이’가 될 객관적 증거부터 확보하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상대방이 주장하는 범죄 발생 시각과 장소에 내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상대방의 고소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언제, 어디서’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주장하는 그 시각에 내가 다른 곳에 있었다는 CCTV, 신용카드 결제 내역, 비행기 티켓, 공식적인 출퇴근 기록, 병원 진료 기록 등이 있다면, 이는 상대방의 주장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모킹 건’이 됩니다. 다른 어떤 주장보다 우선하여 나의 ‘부존재’를 증명할 증거부터 찾아야 합니다.


꿀 TIP 2. ‘주관적 감정’과 ‘객관적 거짓말’을 분리하여 반박하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상대방의 주장을 “기분 나빴다는 감정”과 “실제로 있었던 사실”로 나눈 뒤, ‘객관적 거짓말’에 해당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야 합니다.


“저 사람이 나를 차별하는 것 같아 기분 나빴다”는 주관적 감정은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A가 B라고 말했다” 또는 “C라는 행동을 했다”는 사실의 주장은 증거로 반박이 가능합니다. 상대방의 고소 내용이 사실과 어떻게 다른지, 특히 나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 문자 메시지, 제3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해야 합니다. ‘저 사람은 원래 나쁜 사람’이라는 식의 대응은 수사기관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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