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임대인·플랫폼이 약속을 어길 때
가맹 본사가 마케팅을 중단했다면? 임대인이 24시간 출입을 막는다면? '당연한 약속'을 어긴 '갑'들에게 대처하는 법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덕수 강석준 변호사입니다.
사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합니다. 특히 소상공인은 더 큰 '갑'의 지원을 믿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맹점주는 본사의 마케팅과 시스템을, 임차인은 임대인의 안정적인 공간 제공을, 플랫폼 입점 업체는 플랫폼의 공정한 중개를 신뢰합니다.
하지만 그 '갑'이 어느 날 갑자기 약속했던 핵심 서비스를 중단해버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은 돈대로 내는데, 받아야 할 지원은 끊겨버린 사장님들의 답답한 사연을 각색해 보았습니다.
스터디카페를 창업한 B 사장님. B 사장님이 이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본사의 365일 24시간 통합 콜센터 및 마케팅 지원'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임차한 건물 역시 '24시간 자유로운 출입 가능'이라고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스터디카페에겐 완벽한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업 시작 1년 만에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본사의 배신: 어느 날부터 본사 홈페이지가 접속 불능이 되었습니다. 약속했던 블로그 마케팅은 몇 달째 중단됐고, 본부장, 임원 등 주요 인력이 모두 퇴사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24시간 콜센터는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B 사장님은 꼬박꼬박 가맹비를 냈지만, 본사는 사실상 '유령'이 되어버렸습니다.
임대인의 변심: 설상가상으로 건물주가 "보안 문제"와 "전기세"를 이유로 밤 12시만 되면 건물 주 출입문을 잠가버리기 시작했습니다. "24시간 영업 가능"이라는 말을 믿고 투자한 B 사장님은 심야·새벽 고객을 모두 잃게 되었습니다.
B 사장님은 "가맹비와 월세는 꼬박꼬박 내는데, 본사와 임대인 양쪽에서 내 사업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며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이 사례는 두 가지 심각한 법적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임대인의 의무 위반 (민법 제623조): 임대인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24시간 영업'을 전제로 계약했다면, 야간 출입을 막는 행위는 임대인의 핵심 의무를 위반한 '채무불이행'입니다.
가맹본부의 의무 위반 (가맹사업법): 가맹본부는 계약 기간에 가맹점의 영업 활동을 지원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마케팅 중단, 홈페이지 폐쇄, 필수 인력 부재 등으로 영업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B 사장님이 이 상황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혼자 감내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갑'이 약속을 어길 때, 억울해하며 시간만 보내는 것은 최악의 대응입니다.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24시간 출입 보장", "본사 분기별 1회 이상 전국 단위 마케팅 시행" 등 사업의 핵심이 되는 약속은 절대 구두로 끝내지 마십시오. 계약서 특약 사항에 명확한 '글'로 남겨야 합니다. 블로그 광고, 홍보 전단지도 모두 캡처하고 보관해 두십시오. 훗날 임대인/본사가 말을 바꿀 때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했다면, 감정적인 전화 통화 대신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야 합니다. "귀하는 0월 0일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주 출입문을 폐쇄하여 본인의 24시간 영업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0일까지 시정되지 않을 시, 이로 인한 모든 영업 손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내용증명은 상대방을 압박하는 동시에, '내가 언제, 어떤 피해 사실을 알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강력한 법적 증거가 됩니다.
가장 위험한 행동입니다. "본사가 일을 안 하니 나도 가맹비를 안 내겠다"고 임의로 송금을 중단하면, 오히려 B 사장님이 '계약 위반'으로 역공을 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계약서에 '위약벌' 조항이 있다면 치명적입니다. '위약금'은 법원이 감액할 수 있지만, '위약벌'은 원칙적으로 감액이 불가능합니다. 본사의 잘못이 명백하더라도, 절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서는 안 됩니다. '합의 해지'를 유도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신뢰가 깨진 곳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기 어렵습니다. 정당한 내 권리를 '법의 언어'로 주장하고, 신속하게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