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단상

모아두는 온기

by 춤추듯이

겨울날에 내리는 햇살은 참 소중하다.

차가운 바람이 골목과 창틈을 훑고 지나가는 계절에, 햇살은 아무 말 없이 오래 걸어온 손님처럼 도착한다. 공기는 차갑지만 빛은 묘하게 깊다. 다른 계절의햇살이 피부 위에서 반짝이며 머무른다면, 겨울의 햇살은 마음속까지 천천히 내려앉는다. 그래서일까,같은 온기인데도 겨울의 것은 더 크게, 더 진하게 느껴진다.


나는 그 햇살이 아까워 일부러 환기를 시킨다. 문을 열면 현관 쪽으로 스며드는 빛이 바닥에 조용히 고이고, 그 위에 잠시 서 있으면 하루의 속도가 느려진다. 차가운 공기와 함께 들어오는 햇살은 대비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추위가 있어서 온기가 존재를 드러내듯, 겨울의 햇살은 자신이 얼마나 귀한지 스스로 알고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다. 나는 그 조심스러움을 놓치지 않으려, 잠깐의 바람과 맞바꾸며 빛을 모은다.


겨울 한낮의 햇살은 위로를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을 건너갈 만큼의 온기를 남긴다. 손에 쥘 수 없지만 분명히 남아 있는 것, 해가 기울어도 기억 속에서 천천히 식지 않는 것. 그래서 나는 그 빛에 감사한다. 크게 웃게 하지는 않아도,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온기. 겨울의 햇살은 그렇게, 조용히 하루를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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