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단상

금강소나무 솔숲에는…

by 춤추듯이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공기 끝은 겨울의 서늘함이 남아 있었지만,

금강소나무 솔숲은

이미 계절의 숨을 먼저 받아들이고 있었다.


숲에 섰을 때, 하늘은 유리처럼 맑고 깊었다.

그 아래로 올곧게 뻗은 줄기들이 나란히 서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곧은 선을 그으며, 서로 기대지 않아도 충분히 든든한 모습. 그 말없는 의젓함이 큰 울림이 되어 마음을 바로 세워 주는 듯했다.


바람이 불었다.

처음에는 솔잎 끝에서 가늘게 떨리던 소리가 이내 숲 전체로 번져갔다. 사르르, 서걱, 다시 사르르.

그 소리는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라, 초록빛 파도가 겹겹이 밀려왔다가 천천히 물러나는 숨결 같았다. 눈을 감으면 푸른 물결이 일렁이고,

숲은 하나의 거대한 가슴처럼 함께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상록의 푸르름은 겨울을 지나 더욱 깊어져 있었다. 차가운 계절을 품고도 제 빛을 잃지 않은 초록은

단단했고, 햇살이 스며들 때마다 솔잎 사이로 작은 빛의 조각들이 흩어졌다.

그 위로 바람이 지나가며 낮고 넓은 음을 남겼다.

숲의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의젓하고도 시원한 파도 소리.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나무들의 등을 바라보았다.

곧게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다는 것,

그 침묵의 태도가 조용히 마음속에 번져왔다.


바람이 다시 한번 솔숲을 건넜다.

솔잎들이 서로를 스치며 낮은 화음을 만들었다.

그 소리는 겨울의 끝을 어루만지듯 부드러웠고,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봄을 미리 데려오는 듯했다.


금강소나무 솔숲에서 나는 들었다.

푸르름이 먼저 알아차린 계절의 발자국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봄은 이미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