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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듯이 Jun 04. 2020

_혼자 있음

Fine apple



내면의 소리를 원료와 주제 삼아서 실질적인 결과물로 만들어 내어 보기. 궁극적으로는 평온함으로, 주어진 시간을 몽땅 나의 것으로 잘 활용해보기

어릴 적에는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고 그저 내 주변에 사람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가끔 보는 듯한 터울 큰 큰언니, 오빠, 바로 위 언니. 형제는 위로 셋임에도 지금의 내 기억 속엔 함께 산 가축들 기억과 자연이 더 많다
아마도 터울이 커서 나 홀로 막둥이 놀이하느라 놓쳤나 보다 멀리서 보면 하얗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핑크색에 가까운 핑크 돼지 꿀꿀이 (사과  반쪽도 사이좋게 나눠 먹었던 best friends) 돼지 막사에 슬 슬 기어 들어온 뱀도 대나무 막대기 막 휘저으며, 물리쳐줬다 꿀꿀이는 그 이후로 나만 보면 온 몸으로 치대며 사랑을 표현해 줬다) 머리 부분에 빨간 벼슬이 맨드라미 [cockscomb] 꽃모자를 쓴 냥 한껏 멋짐을 뿜 뿜 대던 꼬꼬 닭들(늘 바쁘다/ 알 낳을 때랑 잘 때 빼고는_나에게는 앙숙 같은 존재였지만, 또 친구였다) 하얗고 복슬복슬 털 송이가 한껏 귀여움을 더 했고, 사랑스럽게 온몸으로 아는 체를 해 줬던, 말 그대로 사랑에 빠져드는 함정은 모두 가지고 있었던 초롱이 멍뭉이 (똥 먹었다고 한동안 멀리 했던 일명 떵개, (하지만 너무도 귀여운 친구) 한 여름 그늘 한편에 벌러덩 눕혀 놓고 할머니 쓰시던 참빛으로 벼룩도 잡아 주었다) 물론 할머니께 혼났다 사람 쓰는 참빛 썼다고 ㅎㅎ아궁이 불 지필 때 쓰는 부지깽이로 맴매할 뻔했지만, 그 친구의 삶도 건강도 챙겨야 했기에 눈치껏 요리조리 도망 다니며 잘못했다고 싹 싹 빌었다 마당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요 귀욤이들이랑 뒹굴었던 추억이 많다 쫓아다니고 쫓기고,



성인이 되어 어찌어찌 시간을 보내다 보면 혼자 쉬는 시간이 꽤나 많다. 체력과 면역력 증진을 위해 운동을 했고, 일주일에 5일, 열 일하느라 힘들었던 마음을 토닥이기 위해 마음속으로만 찜콩 해둔 카페에 가서 독서도 하고 멍도 때리면서 숨을 고르기도 했고 주말여행을 계획하면서 금요일 이면 배낭을 메고 출근하기도 했다 퇴근하면 냅다 튀려는 준비 자세가 잘 되어 있었던 것 같다 크으 (일단 논다는 건 설렘이니까)  나름의 혼자 있음이 멋있기도 했었다 의연하고 씩씩해 보이기도 할 테니 쪼끔 폼도 내면서 숲길도 걸었다 고독을 즐기는 여유와 낭만 이런 거 생각하면서 피식 웃기도 하고( 그렇다고 실성 한건 아니다) 그저 가끔은 자아도취가 일상의 쉼이 돼주기도 하더라 는 일방적인 나만의 생각이다
인생은 홀로서기라 하지만 혼자만 우뚝 서서 무슨 의미 인가 싶어서 내 삶 속에 있는 모든 이 가 제대로 서서 걷기를 기원하고 기도하고 그리고 곁에서 애쓰며 힘을 보태기도 한다 결국 내가 바로 서야 곁에 누군가에게도 제대로의 힘을 줄 수 있다 생각하는 가치관/ 신념 같은 것이라서.. 마음이 힘에 겨울 땐 무작정 걷는다 아무 데고 목적지 두지 않고 길이란 길을 걷는다 그러다 보면 결국 길 끝은 있더라니.. 되돌아 올지라도 돌아올 한 곳이 있어서 감사 하단 생각을 하다 보면 음.. 혼자 있음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되더라.. 잠시 쉬어가기도 하라고 혼자 있는 것이란 걸 말이다. 뭐래는지.. 훟 마음속 수다도 잠시 체계를 좀 갖추어야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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