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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비 Apr 18. 2024

대마도에서 운전연수를

대마도에서 운전 연수를 하다 1

부산에서 대마도는 제주도 가는 것보다 싸다. 아베 총리의 경제공격으로 일본불매운동이 벌어지기 전에는 날이 따뜻해지면 종종 대마도에 놀러 가곤 했다. 코스는 빤하다. 아침나절 히타카츠항에 도착해서 식당에서 밥 먹고, 차를 빌리거나 택시 타고 미우다 해변으로 이동한다. 물놀이하고, 인접한 온천에서 탕을 즐기고, 밸류마트에서 장 보고, 다시 히타카츠항로 귀환한다. 어차피 배 시간의 한계 때문에 대마도에서 머무는 시간은 넉넉잡아 5시간 이내다. 이 이상의 재미를 더 뽑아내기가 힘들다. 국제여객터미널이 집에서 20분 거리고, 그때는 대마도 가는 배편도 싸서 저렇게 즐겨도 큰돈이 들지 않았다. 당일치기 해외여행으로서의 재미가 쏠쏠했다. 면세점 이용은 덤.

그런데 마지막이었던 2018년 여행이 아주 끝장이었다. 당시 대마도 여행 붐이 거세게 불면서 새롭게 론칭된 "니나호"라는 배가 있었다. 기존 운행 배편들과 경쟁하려니 엄청나게 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웠다. 다만, 니나호는 별명이 있었다.

"니나 타라, 니나호!"

승선감이 정말 최악이라는데, 우리가 대마도 배 한두 번 타본 것도 아니고,

"사람들 너무 오버다. 그치?"

"그러게. 배 안 타본 사람들이 엄살 부리는 거겠지."

가볍게 무시했다.

대마도는 버스가 잘 안 다녀서 보통 택시를 이용하는데, 택시가 올만한 포인트만 이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니나호 덕에 세이브 한 배삵으로 렌터카를 빌려서 좀 더 다양하고 여유 있게 돌아다녀보자는 계획이 세워졌다.

그런데, 니나호의 명성은 거짓이 아니었다. 정말, 정말, 정말... 놀이공원 롤러코스터를 바다에 띄운 느낌이랄까? 정신이 혼미해지고 다리 관절이 제멋대로 움직여 배에서 내려도 육지멀미를 할 정도였다.

니나 가라, 니나호. 국제여객터미널 탑승통로에선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요건 다른 곳에서 찰칵!


맛있는 가이센동으로 간신히 속을 달래고, 차를 빌려 미우다 해변으로 향했다. 일본통인 친구가 운전을 하고 우리 커플은 뒤에 타고 가는데, 중간에 친구가 나보고 운전을 해보라고 운전대를 쥐어주었다.

쉽게 생각했다. 그냥 왼쪽에 앉아하던 운전, 오른쪽에서 하는 것뿐이다, 자동차 네 바퀴는 내가 돌리는 운전대에 따라 돌아간다. 어깨 으쓱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어어어...

뭔가 자동차가 이상하네? 이 일본차, 설계가 잘못된 것 같아. 차체가 오른쪽으로 쏠려있어. 너무 도로 중앙으로 와 있는 것 같아. 이러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차 범퍼를 날릴 것 같아.

균형감각을 잡기 위해 왼쪽으로 운전대를 돌렸더니 오스씨가 어어엇.. 가장자리 실선을 넘어섰다고 경고음을 토해냈다. 그렇게 한바탕 지그재그가 이어졌고, 좁디좁은 대마도의 도로 사정에 제대로 혼쭐이 난 후에야 미우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 운전대는 기꺼이 친구에게 양보했다.

"해보니까 어때?"

"할 수 없다기 보단 하기 싫다 쪽? 아무래도 일본에서는 대중교통을 사랑해줘야 할 것 같아."

그렇게 결론 지은 첫 일본 운전 경험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일본에서 운전대 잡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지난 2월 하쿠바 스키 여행의 후폭풍이었다.

나리타 공항에서 하쿠바 스키타운까지의 거리는 왕복 710km.  그때 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장거리 버스는 타지 않겠다고. 만약 다음 기회에 하쿠바를 온다면 반드시 렌터카를 빌려서 갈 거라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대뇌고 대뇌였다. 집에 도착해 여행의 흥분이 가라앉고 난 이후에도 그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때 마침 부산에서 함께 교류하는 자식같이 귀여운 게이 커플들이 내년에 같이 시코쿠를 여행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차를 빌려서 여유 있게 돌아다닙시다."

"서로 돌아가면서 운전하고 말이지."

그렇게 약속 도장 빵빵 찍고 헤어졌는데, 아뿔싸!

"맞다. 나 일본에서 운전했을 때 진짜 패닉이었는데..."

기억이 떠올랐다. 대마도에서 잡았던 지그재그 운전대, 그 헷갈리고 엇갈리던 도로의 메커니즘, 차량이 마주쳐 올 때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던 순간들.

나 하나 죽는 건 상관없지만(상관있어! <-오스씨의 외침), 꽃다운 청춘들을 사지로 내몰 수는 없다.


바로 대마도로 떠나는 배편을 검색해 보았다. 다행히 2월은 대마도 여행의 비수기로 배편, 숙박 모두 자리가 널널했고 가격도 저렴했다. 진짜 갈까? 오스씨에게 물어보니 마음대로 하란다.

해외여행 지겹다고, 국내에도 안 가본 곳 많다고 떠벌인지 얼마 안 됐다. 그런데 또 해외여행이냐? 이 지조 없는 녀석아! 마음의 소리 A가 외쳤다.

아니,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하쿠바 스키여행은 공항에서 바로 스키하우스로 직행하고, 여행 내내 스키만 탄 거라 해외여행이라고 부르기도 뭐 하다. 그리고 대마도가 무슨 해외여행이냐! 이런 건 해외여행으로 치면 안 되지! 또 다른 마음의 소리 B가 받아쳤다.

그리고 B가 A를 가뿐하게 이겼다.

그렇게 해서 일본에서 돌아온 지 2주 만에 다시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다.


부산에서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열대. st 바다인 미우다 해변.


이 이상의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9918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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