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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Aug 01. 2021

[도쿄 올림픽] 대한민국 vs 멕시코 경기 후기


   당연히 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처참하게 패배했다. 스코어 3-6이라니. 내가 대표팀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나 보다. 경기 전에 고작 1-2 정도로 질 거라고 예상했으니까 말이다.


   경기 수준이 이 정도로 차이 날 줄은 몰랐다. 공격은 프로였으나, 수비는 아마추어였다. 근데 뭐 당연한 거다. 조별리그에서 측면 공격이 강한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으니, 측면 수비가 문제라고 전혀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다. 멕시코가 측면 공격이 얼마나 좋은 팀인데. 얘네는 측면 공격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는 팀이다. 오늘 대부분의 골들이 측면 수비 실패로부터 비롯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연히 루마니아와 온두라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약팀들 상대로 대승하고 자화자찬할 때부터 알아봤다. 강팀 만나니까 다 뽀록나는 거다. 원래 자신의 진짜 실력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드러나는 법이다. 차라리 조별리그에서 뉴질랜드 대신 브라질 같은 팀을 만나서 와장창 깨졌더라면, 대표팀이 가지고 있는 수비 문제를 적나라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역대급 꿀조를 만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멕시코에 대해 좀 살펴보자. 멕시코는 넓은 저변을 바탕으로 재능 있는 선수들을 잘 배출해내는 국가다. 게다가 선수들의 기본기도 상당히 좋다. 반면 우리나라는? 저변도 꽝. 기본기도 꽝. 축구는 팀 스포츠다. 월드 클래스 선수, 와일드카드 선수 한 두 명 있다고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다. 기본기를 잘 갖춘 선수들이 여럿 포진해 있을 때, 감독의 전술이나 선수들의 능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시너지가 나는 것이다. 멕시코가 세계적으로 화려한 네임밸류를 자랑하는 선수가 없어도 전체적으로 팀이 탄탄하고 기량들이 우수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다만, 멕시코는 선수들이 너무 일찍 전성기를 찍다 보니 올림픽에서는 빛을 발하는데(런던 올림픽 때는 브라질을 이기고 금메달을 따냈음) 국대에서는 매번 2%씩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오초아' 골키퍼다. 이번에 와일드카드로 뽑힌 오초아 골키퍼는 훌륭한 세이브 능력으로 월드컵에서 이미 이름을 날린 선수다. 그런데 이 골키퍼는 세이브 능력 이외에도 수비 라인 컨트롤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골키퍼다. 연령대가 낮아 경험이 적은 올림픽 대표팀 경기에서 이런 능력은 팀을 밸런스 있게 잡아주는 아주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나, 베테랑 선수가 이런 능력을 소유하고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다.


   마지막으로, 나는 김학범 감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감독은 언론에 의해 과대평가된 감독이기 때문이다. 커리어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는 인정하나, 강팀을 상대로 하거나 어려운 경기를 앞에 두고서 전술적 대응이나 준비가 미흡하다. 조별리그에서는 실수를 해도 만회할 수 있는 경기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모습이 부각되지는 않지만, 토너먼트처럼 단판 승부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우리보다 전력이 우세한 팀을 만나면 수비에 무게를 두고 역습을 하는 전술을 들고 나와야지 공격적으로 나간 건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초반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말이다. 게다가, 측면 수비가 부실하면 측면 공격수가 내려와서 적극적으로 커버 플레이를 해줘야 하는데 주구장창 공격만 하고 있는 것도 문제고, 교체 판단 미스도, 교체 타이밍 미스도 너무나 잘 드러난 처참한 경기였다.


   아무튼 예상치를 넘어선 결과로 충격이 조금 컸는지 오랜만에 필터링 없이, 논리성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막 썼다. 그러니 너무 비판적, 냉소적이라고 말하지는 말자. 그만큼 깊은 애정이 있기 때문에 쓴소리도 하는 거다. 오늘 올림픽 축구 경기 보면서 내내 답답하고 절망스러웠는데, 축구의 빡침을 배구가 해소해줘서 그나마 다행이다. 배구 대표팀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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