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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Apr 23. 2020

글과 삶

- 일상 에세이



   글과 삶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글은 삶을 반영한다. 삶이 무너지면, 글도 무너진다. 글은 삶의 내용으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이 탄탄해야 글이 탄탄하다. 좋은 글은 안정된 삶의 토대에서 주로 탄생한다. 그 토대가 있어야 지속적인 영감을 추출해낼 수 있다. 작가들에게 안정된 삶의 토대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이유다. 즉, 글과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다.

   삶에서 터져 나오는 스트레스와 불안은 창의성을 갉아먹는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창작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글도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시인들과 작가들이 시끄럽고 어지러운 세속을 떠나 자연으로 입성하는 이유다. 자극과 소음이 넘치는 공간에서는 단어들의 속삭임을 온전하게 듣기 어려울뿐더러, 단어들의 로맨틱한 조합을 통해 자신의 솔직 담백한 감정을 진하게 담아내기 어렵다. 분주한 낮보다 고요한 밤에 글이 더 잘 써지는 이유다. 이렇듯, 삶의 입체적 요소인 공간과 환경은 글을 쓰는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며칠 동안 글쓰기가 중단됐다. 중단의 이유는 별의 개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그로 인한 사회적 무기력의 개인화, 취미생활과 활동반경의 축소, 낯선 환경에의 적응, 심적 편안을 제공해주는 공간의 부재, 인간관계의 파열, 국내 및 해외축구 리그의 중단으로 인한 삶의 무료, 체력 저하로 인한 피로도 증가 등등. 최근 들어 내가 겪은 이 모든 이슈들이 창작의 고뇌를 방해하였고, 글자의 생명력을 잃게 만들었다. 글을 쓰기 위해 의식의 바다에서 물고기라는 글감을 낚아채다가도 낚싯대라는 삶의 힘이 없어 도로 내어주게 되었다. 정녕, 삶의 힘을 되찾아야 할 때이다.


   삶의 힘을 되찾고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글쓰기다. 글을 써야 한다. 삶이 글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글 역시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이 글을 쓰기에 가장 최적화된 사회적 조건이 조성된 것일지도 모른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과 여러 모임 및 활동의 취소는 개인의 삶을 더욱더 고독하고 고요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홀로 보내는 시간, 홀로 걷는 삶을 살아가면서 자립심을 키우고, 자신의 내면을 더 견고하게, 더 굳건하게 다듬어 나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러한 삶과 내면에서 진실된 글자들이 쏟아져 나올 테니까.

   다시 한번 자판을 마주하고 텍스트를 입력한다. 한 자 한 자 생명력을 담아 문장을 완성한다면, 하루하루 생명력이 있는 삶이 탄생할 것이다. 삶과 글은, 글과 삶은 언제나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이 글을 살리는 것처럼, 글이 삶을 살리기를 소망하며 다시 한번 펜을 잡아야겠다.


#일상 #에세이 #글과삶

#SUN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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