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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Dec 11. 2022

브라질의 탈락이 대한민국의 탈락보다 마음 아팠던 이유



   브라질이 탈락했다.



   월드컵 최다 우승국, 영원한 우승후보, 삼바 축구의 원조, 셀레상 브라질이 발칸의 복병 크로아티아에게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배하고 말았다. 이로써 브라질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여정은 겨우(?) 8강에서 마무리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을 16강에서 완파하며 우승할 듯한 기세로 춤을 추던 브라질 선수들은 8강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일제히 눈물을 흘리며 쓰러졌다. 투병 중에 있는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를 위해서라도 20년 만에 왕좌를 되찾아오겠다는 선수들의 염원은 결승 문턱에도 가지 못한 채 모래바람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브라질의 탈락은 선수들과 팬들은 물론이고 많은 축구팬들에게조차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전력은 탄탄했고, 신구 조화가 잘 어우러졌으며, 때문에 많은 전문가와 매체들이 우승후보 1순위로 꼽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이 결과와 현실은 브라질을 믿고 응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다 주기에 충분했다.



   나 역시도 그랬다. 내게는 브라질의 탈락이 대한민국의 탈락보다 더 마음이 아팠고 상심이 컸다. 왜냐하면 나는 브라질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FIFA World Cup Facebook



   시간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은 내게 여러모로 의미가 많은 해였다. 군대에서 전역한 해였고, 원하는 학과로 전과를 한 해였으며, 무엇보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월드컵을 보러 브라질을 다녀왔던 해였기 때문이다.



   열정과 패기만 가득했던 20대 초반의 시절, 나는 월드컵을 보기 위해 첫 해외여행지를 과감히 브라질로 정했다.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홀로 결정하고 홀로 책임지는 무거운 부담감이 얹힌 여행이었지만, 이보다 더 특별하고 인생에 남을 만한 여행은 없을 것만 같았기에 과감히 도전했다. (그리고 나는 당시의 경험을 20대 때 가장 잘했던 일이자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축구팬이라면 알다시피, 2014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1무 2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두며 씁쓸히 퇴장했다. 내가 직관했던 알제리전과 벨기에전은 모두 패배했고, 팬들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 젖어 카니발 퍼레이드는커녕 뒤풀이도 쉽지 않았다. 심지어 한 네덜란드 팬으로부터 '너네 나라로 빨리 돌아가라'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브라질에 대한 좋은 기억과 정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브라질에서 만났던 한 명 한 명이 나를 따뜻하게 환대해 주었기 때문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친절했고, 유쾌했으며, 항상 열려 있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지도를 보고 있으면 먼저 와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안내해 주었고, 택시 기사는 호탕한 웃음과 함께 브라질의 문화와 거리를 소개해 주었으며(물론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몰랐지만),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은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배려해 주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리우 데 자네이루에 머물렀을 때였다. 당시 나는 리우 투어 신청을 하였는데, 자유롭게 관광지를 둘러보는 코너에서 내가 시간을 잘못 알아들은 탓에 투어 팀에 늦게 합류하고 말았다. 나는 투어 팀에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며 제스처를 취했지만, 오히려 투어 멤버들은 걱정 많이 했다면서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격려와 환영으로 화답해 주었다.



   (아! 그리고 팬 페스타 광장에서 브라질 팬과 손흥민 유니폼과 네이마르 유니폼을 교환했던 것도 최고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브라질에 대한 좋은 기억과 정서가 남아 있다 보니, 내가 브라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14년 월드컵 이후로 항상 브라질을 응원했고, 네이마르 선수를 응원했다. 그래서일까?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탈락을 바라보는 것이 참으로 애통했고, 마음이 아팠다.



   대한민국은 16강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만한 일이며,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일이다. 하지만 브라질이라면, 적어도 브라질이라면 우승은 당연하다는 믿음과 신뢰가 있다 보니 충격과 슬픔이 더한 것 같다. 특히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무조건 브라질이 우승이라고 지인들에게 호언장담까지 했으니 말이다.



   비록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머지않아 브라질의 우승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브라질은 브라질이니까.




올라, 브라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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