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도를 해보자
저는 지난주 산그림 작가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사실 이건 나중에 작업물 퀄리티를 어느 정도 올리고 나면 올려야지 하고 조금 미뤄왔었는데요. 북페어도 다녀왔고 작업물도 어느 정도 쌓인 터라 바로 등록 신청을 했고 등록이 속전속결로 이루어졌어요. 생각보다 빠른 진행에 역시 K-스피드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북페어에서 규모가 큰 출판사의 편집자님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방문 전 미리 메일로 연락을 여러 군데 해두었었고 그중에서 답장이 온 곳 중 하나였습니다. 그분이 주신 피드백 중에 하나가 제 그림엔 한국적인 느낌이 부족하다는 거였어요. 한국사람 한국정서가 들어간 그림을 좀 더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 대부분이 외국분들이었고 좋아하는 그림책들도 대부분 다 북미, 유럽에 집중되어 있었거든요. 영어를 좋아하기도 했고 아이들에게도 영어를 오랫동안 가르쳐와서 사실 원서로 된 그림책을 한국어로 된 그림책 보다 더 많이 읽어 그랬던 거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한국 그림책은 좀 무거운 느낌이 든다면 영어 그림책은 가볍게 읽기 좋고 말장난과 유머가 깃들어 있어서 좀 더 편하고 쉽게 읽었습니다. 물론 한국 그림책과 작가님들도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비율을 보면 80/20 정도였기에 그림에도 그게 반영이 되었던 거 같아요. 그 피드백을 듣고서는 문득 내가 나의 나라를 그림에서 지우려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 마음에 큰 경종을 울리게 되었어요. 서양문화는 무조건 좋고 우리나라 문화는 부족하다. 이런 마음은 전혀 아니었음에도 말이에요. 그래서 지난주는 북커버 챌린지를 전 세계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 진행하면서 한국적인 분위기를 담는 그림도 그려보았습니다.
지난 토요일은 저희 집 김장하는 날이었어요. 저는 서울에 올라와있는 터라 본가로 내려가기 힘들어 참여하지 못했지만 아쉬운 마음을 담에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내 마음과 생각을 이미지로 풀어내 표현할 수 있다는 부분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예요. 정말 뜻깊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매일매일 연습한 지 몇 개월이 되어가니 이제는 어느 정도 제가 생각하고 상상한 걸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더 멋진 상상과 생각을 이미지로 표현해 내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그리고 세계 다른 나라 작가님들과 함께 진행하는 북커버 챌린지를 하면서 생각과 시야가 굉장히 넓어졌습니다. 같은 제목을 가지고 각자의 작가님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커버 이미지로 풀어내는 챌린지였는데요.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구나 놀랐고 창의력과 표현력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오죽했으면 하는 동안 단어도 생소하고 표현할 만한 아이디어가 없는 경우엔 주제가 너무 어려워 'How to be more creative'라는 영상도 찾아봤을 정도였어요.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도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바닥이 나면 저런 걸 찾아 나선답니다. 또 재미있었던 부분은 한국에서 선호하는 그림체, 스타일과 해외에서 선호하는 그림체, 스타일이 굉장히 다르다는 거였어요. 한국적인 작업과 다른 나라 작가님들과 함께 진행하는 챌린지를 동시에 하다 보니 저도 피부로 확 와닿더라고요.
한국 출판사의 경우 대부분 한국적인 분위기의 삽화나 한국사람이 들어간걸 많이 사용하고 선호하고요. 외국의 경우는 동물이나 사물을 이용해 그리는 캐릭터가 많아요. 그리고 작업방식이나 스타일이 좀 더 다채롭고 특이합니다. 종이를 오리고 붙여서 페이퍼 아트로 작업하시는 분들도 있고 클레이를 사용해 작업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진과 그림을 섞어 콜라주 방식으로 표현한다거나 그림을 그리더라도 유화, 아크릴, 파스텔, 색연필 등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고 섞어 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저도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원래 콜라주를 굉장히 좋아했었거든요. 10대 때부터 잡지 오리고 붙이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 그래서 학생 때 작업물도 콜라주로 만들었던 게 있었고요. 제 졸작의 경우 애니는 동화책 콘셉트로 진행했고 영상은 콜라주 작업을 넣었었어요. 이번 달 그림책 공모전을 준비하려고 시놉시스를 계속해서 다듬고 있는데 여유가 된다면 콜라주 작업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제가 이전에 공모전은 안 한다라고 못 박아 두었었는데요. 그 이유는 작가의 저작권 귀속 문제와 인세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웬걸 다시 찾아보니 그런 부분들에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충족되는 공모전이 더 많더라고요. 요즘은 저작권은 작가에게 귀속되고 인세의 경우도 이후 초과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추가로 지급된다고 하더라고요. 이 전에는 이렇지 않았었거든요. 작가들이 보호받지 못한다고 생각이 되면 자기 작품을 쉽사리 내놓지 않으니 이렇게들 많이 바뀐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공모전에 도전해 보려고 여러 곳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번 달은 제 작품 제작에만 집중하려 해요. 시간이 빠듯하지만 에너지를 풀가동해 돌려보려 합니다.
그리고 예술가라면 응당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것을 담는 의미있는 그림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뉴스를 보고 다들 놀라셨을 거라 생각해요. 이 공간은 제가 그림책과 삽화가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여정에 대한 글을 담는 곳이지만 그래도 이 이야기는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 같아서요. 지난주에 있었던 그 일련의 사건들 이후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습니다. 다들 비슷하실 거라 생각해요. 저는 사필귀정이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하고 늘 가슴에 새기며 살아갑니다. 모든 것은 늘 바른대로 원래대로 세상의 이치에 맞게 돌아갈 것이다.라는 뜻이에요. 그게 힘든 시기에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다들 힘내며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좀 더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며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요. 한마음 한 뜻 모아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국민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미국에 베이스를 둔 중국 출판사에서 추후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영어 계약서 공부도 톡톡히 했답니다. 잘 모르는 부분이나 애매하게 적힌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재차 되물어보고 확인 후 계약을 했어요. 정말 한국어로 번역해도 왜 이리 어려운지요. 열심히 공부해야겠단 생각만 들었습니다.
아차 그리고 이번 주 수요일은 장관상 시상식이 있어요. 유튜브 라이브로도 방송된다 하더라고요. 부끄럽고 긴장되지만 잘 다녀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