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인 우리집 첫째는
눈 밑에 작은 점이 하나 있어요.
어느 날 첫째가 거울을 보며 속상한 투로 이렇게 말하네요.
"엄마, 근데 난 왜 여기에 점이 있어? 람이도 없고 엄마아빠도 없는데 왜 나만 눈 밑에 점이 있는 거야? ㅇㅇ언니가 이거 보고 놀린단 말야. "넌 왜 여기에 점이 있어? 어머~ 이상해~" 이랬단 말야..."
아이가 말한 'ㅇㅇ언니'는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언니에요. 7세까지 보육이 가능한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데, 5세부터 7세까지는 합반으로 운영되고 있거든요.
속으로는 울컥,
'감히 내 딸의 외모를 지적해?'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는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는 엄마의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어요.
"솔아, 사실은... 너도 원래는 점이 없었어. 그런데 엄마가 너 어릴 때 눈 밑에 점을 심어 넣었단다."
"왜에?"
(도대체 왜? 엄마 나빴어! 이런 표정)
"밖에 시장 같은데 갈 때, 솔이가 실수로 엄마 손을 놓치면 엄마가 솔이를 찾을 길이 없잖아. 그때 경찰아저씨가 지나가시면 "제 아이 좀 찾아주세요. 제 아이는 눈 밑에 작은 점이 있는 아이랍니다!" 이렇게 말하려고 점을 심었지. 그러면 엄마랑 솔이랑 헤어지게 되더라도 금방 다시 찾을 수 있잖아."
"..."
(그런가? 하는 표정)
"솔이는 엄마 핸드폰번호도 못 외우고, 우리집 주소도 정확하게 못 외우잖아. 그러니까 엄마가 솔이를 찾으러 다녀야 하잖아. 그럴때 눈 밑에 점이 있으면 얼마나 찾기 쉽겠어. 안 그래?"
"(정말 그런가? 하는 표정) 그런데 엄마, 눈 밑에 점이 있는 아이가 세상에 나 하나만 있는 건 아닐텐데, 그럼 눈 밑에 점이 있는 아이가 많이 있으면 그 많은 아이 중에서 어떻게 나를 찾아?"
오호~ 요것 봐라! 6살 짜리가 제법인데?
이런 질문으로 되받아칠 줄은 몰랐네요. ㅎㅎㅎ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작가를 꿈꾸는 엄마 아니겠어요?
"솔아! 무슨 걱정이야? 눈 밑에 점이 있는 아이들 중에서 네가 제일 예쁜데! "그 중에서 제일 예쁜 아이가 바로 제 아이랍니다." 라고 말하면, 그게 바로 솔이잖아!"
아이는 그제서야 '꺄아~!' 하는 표정이 되었어요.
저는 그날 이후로, 아침에 아이를 깨울 때마다 이렇게 말하며 깨웠어요.
"어머! 눈 밑에 점이 있는 아이가 여기서 자고 있잖아? 눈 밑에 점이 있는 것 보니 제 아이가 틀림 없어요! 이솔 공주님! 눈을 뜨세요. 엄마가 찾으러 왔어요!"
그러면 아이는 꺄르르 웃으며 일어났어요. 그러더니 일주일 쯤 후, 드디어 아이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 나 여기 눈 밑에 점 있는거 말이야.
이거 되게 예쁜거 같지 않아?"
저는 푸하하 웃으며 이렇게 말해 주었지요.
"그러엄~ 엄청나게 예쁘지! 정말 매력적이야!"
"매력적인게 뭔데?"
"보고 있으면 계속 보고 싶고, 안 보고 있어도 계속 생각 나는 거. 엄마는 솔이를 봐도 봐도 계속 보고 싶고, 낮에 가게에 일하러 가면 솔이가 계속 생각 나."
"정말? 내가 그렇게 매력적이야?"
"응. 그냥 봐도 매력적인데, 눈 밑에 점이 있어서 더 매력적이야."
우리집 첫째는 눈도 작고 쌍꺼풀도 없고, 얼굴도 크고 통통해요. 반면, 둘째는 쌍꺼풀이 없지만 눈웃음이 끝내주고 얼굴도 작고 팔다리도 길쭉길쭉 해요. 주변에서는 이렇게나 대조적인 우리집 공주님들을 보며 이렇게 말하곤 해요.
"어떡해... 첫째랑 둘째랑 외모가 너무 비교된다. 클수록 언니가 동생때문에 컴플렉스 생기겠어."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저는 항상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하지만 첫째는 둘째가 가지지 못한 다른 재능이 있을 테니까. 첫째에게도 자기만의 재능이 있을거고, 둘째에게도 또 언니에겐 없는 자기만의 재능이 있겠지.
사람은 누구나 단점과 장점이 있어.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고 살아갈지는 우리가 정하는 거고. 자신의 못난 부분보다 잘난 부분에 집중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저는 어렸을 때 컴플렉스 덩어리였어요. 집에서 하도 구박을 받고 살아서 저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못난 아이인줄 알았어요. 공부도 정말 못했고 성격도 넘 소심해서 교우관계도 좋지 못했어요. 혼자서 조용히 만화를 그리고 책만 읽으면서 작은 세계에 갇힌 듯 그렇게 커왔어요.
그래서 제 아이들은 그렇게 키우지 않으려고요. 넓은 세상에서 당당하게 자라길 바라요. 사람이 당당하려면 내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해요. 당당해야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갈 수 있어요.
누군가에겐 이상해 보이는 부분이라도, 내 눈에는 가장 멋진 매력포인트로 느낄 수 있도록, 그렇게 제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