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둘째는 잔병치레가 많습니다.
툭하면 감기에 걸리고 툭하면 열이 나는데
다른 증상은 하나 없이 열만 나는 증상도
한달에 한두번은 꼭 찾아와요.
우리집 둘째는 4살 입니다.
4살이지만 12월생이라 생후 32개월을 지나고 있어요. 육아서에 따르면 생후 36개월까지가 무법 천지인 시기래요. 제 맘대로 안되면 울고불고 떼 쓰고 마트나 식당에서 드러눕고 발악하는 아이들이 모두 36개월 이전의 아이들이래요.
그래서인지 고집이 너무 쎄고
하루종일 안아 달라 보채고
이랬다 저랬다 선택을 번복하기 일쑤고
하루에 한번씩은 꼭 온 몸이 벌게지도록 힘을 주며 발악을 해요.
며칠 전,
하루를 마무리하고 양치를 할 시간이었어요.
둘째는 양치하기 싫다며 또 징징거리고 있었어요.
"싫어 싫어~ 다 싫어~" 징징거리며
엄마랑 하겠다고 했다가 엄마가 다가가면 뿌리치고, 아빠랑 하겠다고 했다가 아빠가 다가가면 발악을 하고, 엄마랑 하겠다고 해서 또 엄마가 다가가면 싫다고 울고불고 떼를 썼어요.
결국 지친 제가
"엄마도 피곤하단 말야. 자고 싶다고! 모르겠으니까 너 알아서 해!" 하고 다른 방으로 가버렸어요. 체력이 좋을 때는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달랠 수 있지만, 체력이 떨어지고 잠이 쏟아지면 엄마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옵니다.
둘째는 안방 화장실에서 엄마를 목놓아 부르며 울고있고, 6살인 첫째가 저를 졸졸 따라 오더군요. 그러더니 저에게 말을 건넵니다.
"엄마, 근데요...."
첫째가 이렇게나 공손하게 존댓말을 할 때는 뭔가 잘 못한 일을 고백할 때 뿐이에요. 그런데 오늘은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게 아니었어요. 우리 첫째가 한 말 좀 들어보세요.
"엄마, 근데요.
람이는 지금 4살이고 몸이 아프잖아요.
엄마가 람이 좀 봐주시면 안돼요? 네?"
어머.... 심쿵!
6살 짜리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건가요? 첫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저는 인상을 풀고 웃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둘째가 있는 안방 화장실로 갔죠. 둘째는 여전히 고집을 피우며 버둥거리고 있었어요. 제가 둘째에게
"이리 와.
결국 엄마만 찾을 거면서 왜 이렇게 엄마 말을 안 듣니?" 하고 잔소리를 하자, 첫째가 또
"에이~ 엄마아~~
람이 좀 봐주세요~~
람이는 4살 이잖아요~~" 하네요.
그러면서 엄마를 보고
애교섞인 눈웃음을 징긋 해보이는거 있죠?
이러니 제가 어떻게 계속 화를 낼 수 있겠어요?
결국 푸하하 웃으며 기분 좋게 둘째의 양치를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둘째가 첫째 손에 있는 장난감을 강제로 뺏고, 놀이의 규칙을 무시하고 첫째를 화나게 할 때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첫째를 안아주며
"그치. 동생이 너무했지?
근데 동생이 아직 4살이라서 뭘 몰라서 그래.
솔이도 4살 때는 그랬어. 기억 안나? 그런데 6살 되니까 지금은 이렇게 엄마 말도 잘 듣고 의젓하잖아. 람이도 6살 되면 언니 말 잘 들을 거야. 그리고 언니랑 가장 잘 놀아주는 최고의 친구가 될거야. 그러니 우리 조금만 기다려보자. 람이가 6살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자. 그동안은 엄마가 솔이 마음 위로해 줄게."
라고 했었는데, 오늘은 첫째가
둘째에게 지친 엄마를 달래주네요.
아공.... 내 새끼.... 기특해라. ㅠㅠ
단편적으로만 보면
이렇듯 행복하고 뿌듯한 일만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매시각 지지고 볶고 싸우고, 울다가 웃다가, 사랑하다가 소리 지르다가의 연속이에요. ㅎㅎㅎ
첫째도 최근 들어 유난히 엄마에게 반항하고
"뭐?" "왜?" 라고 대답하거나, 눈을 샐쭉하게 뜨며 한숨을 쉬거나, 동생의 사소한 잘못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를 때가 많았어요.
불안한 마음에 매일 육아서를 뒤지며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무지했구나... 잘 못 된 방식으로 아이를 6년이나 키웠으니 이를 어쩌지? 다시 아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 놓으려면 도대체 몇 년이 걸릴까?' 하며 후회를 했어요.
하지만 지금 보니
제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
첫째도 둘째도
지금은 그런 '발달의 과정' 중에 있는 것 뿐이에요.
걱정의 눈으로 보면 한없이 비뚤어진 것 같지만,
믿음의 눈으로 보면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표출하며, 엄마에게 야단도 듣고 위로도 받으며 성장의 다음 단계로 잘 올라가고 있는 거에요.
이제 겨우 4살 6살인 아이들이
한결 같기를 바란 것이 잘 못인 거죠.
마흔이 넘은 우리들도
부모님 마음에 쏙 드는 행동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