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목욕시키고 수건으로 닦아주며
이쁜 것, 이쁜 것, 내 이쁜 것, 하며
뽀뽀세례를 퍼 부을 때였어요.
첫째가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하네요.
"엄마. 엄마는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그때는 왜 그랬던 거야?"
"응? 뭐?"
"엄마가 그때 엄청 나쁜 말 했었잖아."
"나쁜 말? 엄마가? 언제?"
"옛날에 우리 놀이터에서 놀았을 때.
김ㅇㅇ이랑 김ㅇㅇ이 동생이랑 만나서 젤리 사 먹었던 날 말이야."

제 기억이 맞다면 그 날은 지금으로부터 일 년도 더 전의 일이었어요. 갑자기 첫 아이가 일 년 전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날의 일을 너무나 디테일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더욱 놀랐죠.
"아, 그때? 기억 나.
우리 김ㅇㅇ 이랑 엄청 재밌게 놀았잖아. 그치?
근데 그때 엄마가 뭐라고 했더라?
무슨 나쁜 말을 했지? 잘 모르겠는데."
집도 아닌 사람 많은 놀이터에서 제가 무슨 나쁜 말을 했겠어요. 도무지 기억이 안나서 물었더니, 갑자기 첫째가 울먹이며 이렇게 대답하네요.
"엄마가 그때....
동생보고 지금 안 가면 놔두고 간다고...
엄마가 그랬잖아. 동생 버리고 간다고..."
그러면서 서럽도록 펑펑 우는 큰 딸.
헐!
일년 전 쯤,
그러니까 둘째는 20개월쯤 되었을 때네요.
걸음마를 넘어서 한창 달리는 재미에 푹 빠져
밖에서 놀면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둘째에게
"지금 안가면 놔두고 간다.
안녕. 엄마는 간다~"
이런 말을 몇 번 한 적이 있어요.
그럴때마다
당사자인 둘째는 듣는둥 마는둥인데
첫째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안돼. 엄마! 동생 데리고 가야지!"
했었거든요.
놀이에 푹 빠진 아이를
빨리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한 말이었는데,
그때마다 첫째는 정말로 동생을 버리고 갈까봐 두려웠나봐요.
일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때의 얘기를 하며 서럽도록 울다니...
에공... 엄마가 잘 못 했어.
엄마가 잘 못 했어. 미안해ㅠㅠ
첫째를 꼬~옥 안아주며
엄마가 미안하다고 말해주었어요.
"엄마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너희들을 버릴 수 있겠어.
그래도 그렇게 말한 건 엄마가 정말 잘못한 거 같아.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 미안해."
정작 당사자인 둘째는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네요.
"언니 울어? 왜 울어?
엄마, 나도 안아줘요.
언니말고 나도 안아줘요." 하네요.
그리고 그날 밤
잠을 자기 위해 불을 끄고 다같이 누웠을 때
다시 한번 첫째를 안아주며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겉으로 보기엔
그저 왈가닥에 장난꾸러기일 뿐인 첫째인데
저 깊은 속마음은 여리디 여린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는 데 정답은 없다지만
그래도 조금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아이가 6살이 되고보니
더욱 '좋은 육아, 현명한 엄마'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