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첫아이와 공부를 하고 있어요. 사교육에 관심이 없는 엄마 아빠는 워크북을 사서 아이의 한글, 수학, 영어기초를 도와주고 있어요.
한마디로 이 나이때 아이들이 하는 학습지대신 유아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셈이죠.
우리집 큰아이는 밖에서는 엄청난 소심이인데 집에서는 엄청난 개구쟁이에요. 목소리도 얼마나 우렁찬지 '조용히 얘기해'라는 말이 의미없는 말로 허공에 떠돌 정도에요.
하루종일 뭔가를 먹고싶어하면서 밥은 죽어라고 안 먹어요. 우리집 큰애는 입에 밥 한숟갈을 넣고 하루종일 씹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에요.
밥을 먹으라고 하면 정신은 또 얼마나 산만한지 절대 가만히 앉아있지 못해요. 그래서 저와 남편은 큰아이가 '정상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중간에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생겼어요. 2주 전 일요일부터 퇴근후 아이의 공부를 봐주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35분을 집중해서 공부하더니 어제는 1시간 넘게 공부를 하는거에요!
물론 요즘 나오는 워크북이 워낙 흥미를 유발해요. 한글과 영어와 수학을 시간별로 나누어 하는데다, 기초학습이라 색칠하기 및 틀린것 구분하기 등 공부라기보다는 놀이에 가깝죠.
그렇다고 6살 밖에 안된 어린 아이가 유튜브도 아닌것에 한시간 이상 집중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요?
남편은 이렇게 말했어요.
공부할 땐 동생없이
온전히 엄마를 차지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아.
그리고 공부할 땐
혼나지도 않고 칭찬만 들으니까
기분이 좋은가봐.
아이를 키우면서 혼내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청순가련 여자들도 엄마가 되고나면 소리지르기 대회에서 1등 할 정도로 목청이 커져요. 저 또한 예외가 아니구요.
그런데 공부할 때 만큼은 틀려도 야단치지 않아요. 틀린것은 제대로 잡아주고 잘한것은 엄청나게 칭찬해 주죠.
딸아이는 자신이 잘했을때 엄마가 "잘했어." 라고 하면 "엄마~ 엉덩이도 토닥토닥 해줘야지~" 라고 해요.
"아공~ 잘했어 내새끼~~~" 하며 엉덩이를 두드려주면 어찌나 뿌듯해 하는지 ㅎㅎㅎㅎ 아이의 그 표정을 보고싶어서 더욱 칭찬하게 되는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하지만 남편은 그러질 못했어요. 예전에 한번 남편이 10 이상의 숫자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20부터 50까지의 숫자를 아이에게 가르친 적이 있는데, 설명하면서 어찌나 한숨을 쉬고 답답해 하는지... 아이가 "못하겠어요 아빠..." 하더니 다음날부터 숫자공부를 하자고 하면 기겁을 하는거에요.
제가 들어도 어려웠던 남편의 설명이 아이를 하룻만에 '수포자(수학포기자)' 로 만들어버린 거죠. 이후로 아이 공부는 저의 담당이 되었어요. 아빠는 동화책만 읽어주고 공부는 가르치지 않았죠.
그런데 최근에 제가 무척이나 피곤했거든요. 아이의 공부를 봐줘야 하는데 봐주지 못하는 날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다시 자연스럽게 아빠와 공부할 시간이 생겼는데, 와~ 아빠가 변한거에요!!!
아빠는 아이와 함께하는 한시간 동안 단 한번도 한숨을 쉬거나 짜증내지 않았어요. 아빠와 공부를 마친 아이가 "엄마 엄마 이것 좀 보세요~ 나 오늘 이만큼이나 공부했어요!" 라며 워크북을 들고 신나게 뛰어오는거 있죠? ㅎㅎㅎ
평소엔 야단치고 혼내고 소리지르던 엄마 아빠가 공부할 때 만큼은 야단치지 않고 칭찬만 해주는데다, 그 시간만큼은 동생 없이 엄마나 아빠를 독차지 할 수 있으니 아이는 갈수록 공부가 재밌나봐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