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에요.
갓 태어나 눈도 못 뜨던 꼬물이들이
벌써 6살, 4살이 되었네요.
계속 일해야 하는 엄마를 둔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어린이집에 다녔어요.
혼자서 애 둘을 깨우고 씻기고 입히고 먹여서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일은
아침부터 진이 쪽 빠질 정도로
힘든 일이었죠.
그나마 작년 11월부터는
시엄마와 합가를 시작해서
한결 수월해졌어요.
예전에는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아침 준비를 했었는데, 이제는 시엄마 덕분에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여류롭게 준비하는 대신
시간은 제법 걸리지만 그만큼
아이들과 장난치고 웃을 수 있기에 좋아요.
저의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나면
7시에 첫째부터 깨웁니다.
첫째를 다 씻기고 나면
이후에 둘째를 깨워 씻기죠.
어린이집 차량은 9시30분이 되어야 오지만
엄마가 8시쯤 출근을 해야 하기에
그 전에 아이들을 깨우고 씻겨야 해요.
이 모든 것을 다 시엄마께 부탁드리면
시엄마 혼자 아이 둘을 케어하기 넘 힘들거든요.
제가 해봐서 알죠.
일어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깨워
씻기고 입히고 먹이는 일이
얼마나 진 빠지는 일인지요.
그 힘든 일을 시엄마께 다 미룰 수는 없잖아요.
덕분에 제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제 아침형 인간'이 되었어요. ㅋ
평소에는 별 말 없이
엄마가 시키는대로 일어나던 첫째가
몇 개월 전,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어요.
"엄마, 근데 왜 항상 나부터 깨워?
나도 더 자고싶단 말야."
항상 동생은 더 자는데
자기만 먼저 일어나서 씻어야 하는게
억울했나봐요. 더 자고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테니까요.
저는 "네가 언니니까 먼저 일어나야지."
라고 말하려다 목구멍으로 꿀꺽 삼켰어요.
그러면 혹시 '첫째'라는 위치를 싫어하게 될까봐 최대한 좋게 말해주고 싶었죠.
안그래도 'K-장녀' 의 삶은 고단하잖아요.
이제 고작 6살인 아이에게 첫째의 무게를
심어 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
잠시 고민하던 저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동생이 자는 동안
너랑 엄마랑 단 둘이 양치하고 세수하면서
좀 더 사랑을 나누려고 그랬지~
우리 단 둘이 있을 시간이 없잖아."
그리고 살짝 간지럼을 태웠어요.
아이가 꺄르르 웃기에 이 때다 싶어
"어때? 엄마 잘했어?" 물으니
"응! 잘했어. 엄마." 라고 대답하는 큰딸.
ㅎㅎㅎ 작전 성공!!!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첫째 딸은 저에게 이렇게 귓속말을 했어요.
"엄마,
내일도 나부터 깨워줘야 해.
알았지?"
그 날 이후로 우리집 첫째는
엄마가 자신을 먼저 깨우는 것에 대해
불만을 얘기하지 않아요.
동생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은
동생보다 잠을 덜 자는 게 아니라
동생보다 엄마사랑을 더 받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