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부산, 보석보다 아름다운 풍경

by 파란동화



지난 토요일,

평소처럼 5시에 일어났습니다.

평소처럼 새벽일기를 쓰고

평소처럼 출근준비를 했죠.




그런데,

우리집 사랑둥이들은

평소처럼 일어나지 않네요.

그래서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오디오북으로

시 낭독을 듣습니다.




출근길마다 듣는

시인들의 강물같은 마음들이

아침의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평소와 다르게 저의 걸음은

산길로 향합니다.




시간도 넉넉하고

마음도 넉넉하고




'생각'이라는 것을 할 겨를도 없이

저의 걸음이 저절로

산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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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마주하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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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봤을 땐

가뭄에 빛을 잃어 어두운

초록 침엽수가 전부였던 산




저 안에 들어서면

군데군데 침엽수와

낙엽을 모두 잃은

마른 가지 뿐이겠지, 생각했던 산




그 산이

이런 보석 빛을

숨기고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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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황금빛을 받아 더욱 찬란한

올해 들어 '처음 보는'

오색의 향연




아파트 단지의 붉은 단풍도 아름다왔지만

출근길 가로수의 노란 은행도 아름다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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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런 풍경이라니!

이런 아름다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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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을 잃고 사진을 찍는 저를 보고

지나가던 산객 아주머니

"아이고~ 예쁘네~"




단풍의 빛깔을 두고 하신 말씀인지

저의 젊음을 보고 하신 말씀인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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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청춘에

부산에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부산은

저에게 너무나 매몰찼고

부산과 부산 사람들, 모두가 저를

힘들게만 했어요.




이십대 중반에 부산을 떠나며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면 내가 인간도 아니지!'

이를 북북 갈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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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제가

부산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다시 찾은 부산은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만큼이나

포근하고 즐거운 곳이었습니다.




봐도 봐도 물리지 않는 바다가 있고

산 너머까지 촘촘히 박힌 야경이 있고

산길을 따라 가는 골목골목도 재밌고

그 골목 끝에 숨어있는 산도 아름다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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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알겠습니다.




깊이 깊이 알아야

속속들이 알아야

따뜻함도 얻을 수 있고

아름다움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요.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알 수 없듯,

멀리서만 본 것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것을요.




금이든 다이아몬드든

그것을 캐려면

땅 속 깊이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요.




진짜 아름다운 것은

바깥에서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마음은 멀리 둔 채

깊이 들어가볼 노력도 않은 채

따뜻함과 다정함을

바라서는 안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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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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