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주어지는 매일의 행운
안녕하세요?
잘 주무셨나요?
간 밤에 별 일 없으셨구요?
이 글을 읽고 계신 것 보니
역시나 별 일은 없으셨나봐요.
참 다행이네요.
오늘도
또 하루를
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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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매일 새로운 하루가 펼쳐지기를 기대했다. 뭔가 쨍하고 재밌고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자랑할만한 그런 일들이, 매일 매일 반복되기를 바랐다.
별 일 없지 뭐.
매일 똑같지 뭐.
사는 게 그렇지 뭐...
이런 말을 해야할 때면 내 자신이 부끄러워 지기도 했었다. 이런 말들이 "요즘 어떻게 지내?"에 대한 대답이 아닌 "너의 존재 가치는 뭐야?"에 대한 대답인 것만 같아서. 남들은 다들 멋지게 사는데 나만 멋도 없는 무의미한 인생을 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나의 가정'을 이루고 보니 '별 일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를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작년과 비슷한 올해
그 안에서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매일 똑같은 하루인데도 아이들은 부모에게 매일 새로운 웃음거리를 안겨주고, 매일 똑같은 하루인데도 어느덧 돌아보면 아이들은 또 이만치 커 있다.
빅 이슈는 없다. 쨍하게 소문낼만한 자랑거리도 없다. 하지만 이 소소하고 사소한 일상들이 연일 빅 이슈를 몰고 다니던 젊은시절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준다.
응. 별 일 없어.
응. 매일 똑같아.
응. 그래서 참 다행이야.
전날의 사건사고를 다룬 뉴스를 보고 주변 이웃들의 가슴아픈 사연을 듣다보면 '별 일 없었던' 어제 하루가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큰 행운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일 아침 눈을 뜬다는 것.
매일 아침 가족 모두가
눈을 뜬다는 것.
아침에 인사하며 나갔던 가족들이
저녁에도 인사하며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
이것보다 더 큰 행운이 있을까?
아침이 되었는데
아이들이 더이상 눈을 뜨지 않는다면...
남편의 몸이 차갑게 굳어 있다면...
저녁이 되었는데
아이들과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병원 응급실에서 전화가 걸려온다면...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의 남은 인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의 엄마는 내 나이 3살때 돌아가셨고, 고모는 9살때 돌아가셨다. 여름휴가때 다같이 만나 즐겁게 웃고 헤어져 돌아가는 길에 이모부와 사촌동생은 운명을 달리했다. 나의 외할아버지는 칠순을 넘긴 어느날 잠을 자다가 고요히 숨을 거두셨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외할아버지의 행적을 칭찬했다. 그토록 아름다운 인생을 사셨기에 돌아가시는 길도 고통없이 아름답게 가시는구나. 우리도 그리 가야 할 텐데.
하지만 외할머니의 말씀은 달랐다. 자고 일어났는데 바로 곁에 누운 외할아버지가 숨을 쉬지 않고 몸은 이미 차가워... 무서웠다고 한다. 너무 너무 무서웠다고 한다. 그 공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젊은 날에는 이런 평범한 일상의 감사함을 몰랐다. 이정도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모두에게나 당연히 주어지는 평범한 일상 말고, 좀 더 특별한 것을 원했다.
태어나고 살고 죽는 것이 모두에게 주어진 것임을 응당 알면서도,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내일 당장, 오늘 당장, 지금 당장, 나와 내 소중한 사람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이런 일상적인 것 말고
강렬하게 눈부신 행운을 줘!
이런 사소한 것 말고
크고 화려한 행운을 줘!
언제나 이렇게 투정을 부리는
철 없는 어린아이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내게 주어질 리 없었고
힘겹게만 느껴지는 나의 삶에
늘어가는 건 한숨 뿐이었다.
남들은 다들 편하게 사는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
남들은 다들 복이 넘치는데
왜 나만 이렇게 운이 없지?
하지만
이제 돌아보니 알겠다.
그랬던 순간에도 내게는 언제나 행운이 함께 했었다는 것을. 아침마다 여전히 눈을 뜨고 멀쩡한 두 다리로 출근을 하고,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깨지고 말도 안되는 사소한 것으로 친구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하더라도, 매일 저녁마다 상한데 없는 온전한 몸뚱이로 귀가할 수 있었던 나날들이,
사실은 지독히도
운수 대통했던 날들이었음을.
매일 아침마다 감사일기를 쓰다보니
더 이상 쓸 감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뜬다는 것
매일 아침 가족 모두가 눈을 뜬다는 것.
아침에 인사하며 나갔던 가족들이
저녁에도 인사하며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
이것보다 더 큰 감사는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당신,
매일 당신에게 주어지는
찬란한 행운을
만끽하게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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