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것, 나만 가질 수 있는 것

by 파란동화



나만 가질 수 있는
오로지 나만의 것.

그럼에도
잘 지켜내지 못한
잘 지켜주지 못한 것.





삶의 풍파에 자주 흔들렸던 나는

심지가 곧지 못한 사람이었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나는

감정의 기복 또한 심한 사람이었다.




어제는 너무 즐거웠고 오늘은 너무 서글펐다.

낮에는 너무 쾌활했고 밤에는 너무 침울했다.




종잡을 수 없는 성격처럼 생활도 일정하지 않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중간에 접어버리는 것이

일상이자 취미였다.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낸 것이 없었다.




학원도 직장도 정해진 기간을 다 채운적이 한번도 없었다. 조금만 어려워지거나 복잡해지면 덜컥 겁이 났다. 일단 부딪혀보고 해결하자는 마음이란 태초부터 가지지 못했다. 나는 언제나 모든 사안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친구도 가족도 쉬운 상대는 없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몇 년씩 상처를 간직하고, 그러면서 쿨한척 솔직한척, 상처가 될 걸 뻔히 알면서도 정제되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곤 했다. 관계 개선을 위해 꼭 해야할 말과 자존심 때문에 절대로 할 수 없는 말을 저울질 하다가 몇 년씩 연락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사람도 관계도

끝까지 이어지는 것이 없었다.




지나고보면 티끌만큼 작은 문제들이었는데, 그 티끌이 항상 나의 동공에 붙어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만큼 작은 일들이 나에게는 태산보다 더 큰 문제로 숨통을 조여오곤 했었다.










아주 어릴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 다음에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고

한때는 패션 디자이너를 꿈 꾸기도 했었다.




꿈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나에게는 꿈을 이룰만한

뚝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낸 것이 없었으므로.




어렵고 힘들고 괴로운건

단 1초도 견딜 수 없었다.




좋은점이 있으면 힘든점도 있게 마련이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것이 세상 이치임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으로는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랬던 내가,

그 어떤 것에도 적응하지 못했던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이후로

변. 했. 다!!




이혼이나 안 하면 다행이라 생각했던 내가

이혼은 커녕, 생각보다 즐겁고 편하게

잘 살고 있다.












마음이 편해지니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마음이 편해지니

조급증이 사라지고 진득하게 기다릴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나는 작년 3월부터 블로그를 기웃거리며

돈이 된다는 일은 뭐든 했다.




체험단도 해보고

홍보기사도 써보고

클릭당 수익을 받는 광고글도 써보고,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전자책을 만들어서 팔기도 했다.




열심히 하니 정말로 돈을 벌기는 했다.

본업 외에 틈틈이 하는 블로그로

한 달에 100만원 이상 벌었다.




그런데 나는 즐겁지가 않았다.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데도

'내가 지금 뭘 하는 건가' 한숨이 나왔다.




결국 나는 블로그로 돈 벌기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

하기로 했다.




심지가 곧지 못하고

감정 기복이 심하고

생활이 불규칙해서




매번 놓치고 잃어버렸던

나의 꿈, 내가 살고싶었던 인생.




그것을 다시 찾기로 했다.












올 한 해, 나는 참으로 열심히 글을 썼다.

10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던 내가

책도 열심히 읽었다.




다양한 책을 읽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평생 해도 질리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생각의 끝에 남겨진 것은 '작가'였다.

매일 글을 쓰고 싶고

평생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써서 책으로 낼 수 있는

수많은 장르 중에서도

'시''그림책'을 붙잡고 싶다.




그토록 좋아하는 등산과 여행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디서든 시를 쓰고

어디서든 그림을 그리는

그런 작가로 살고 싶다.




확고한 방향이 정해지고 나니

매일 해내야 하는 지루한 과정들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5년 후엔, 잔디 마당이 내려다 보이는 전원주택의 3층 작업실에서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미풍을 느끼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고




10년 후엔, 방학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 틀어박혀 매일 걷고 매일 사색하며 매일 시를 읊을 것이고




20년 후엔, 남편과 손을 잡고 세계여행을 다니며 그 나라 어린이들에게 나의 그림책을 읽어줘야지. 자유롭고 유쾌하고 발랄한 할머니가 되어야지. 라랄~












살아보면 '나만의 것'이란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개념이란 것을 알게 된다.




어릴땐 이것도 내꺼 저것도 내꺼

다 내꺼 같았지만




나의 소유물 같았던 물건들은 언젠가는 닳아 없어지고

나를 전적으로 지지해주는 누군가는 '생명'이기에

함부로 소유격을 부여할 수 없다.




아무리 오래 붙들고 있어도 닳아 없어지지 않고

윤리의식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그러니 '나의 꿈과 미래' 밖에 없다.




나의 꿈, 나의 인생

그것은 오직 나 혼자만 가질 수 있는

'나만의 것' 이다.




잊고 있을순 있어도

잃어버릴 순 없는 것.




스스로 놓아버릴순 있어도

결코 누군가에게 빼앗길 순 없는 것.




그러니, 나의 마음만 잘 다스리면

언제고 영원히 '나만의 것'이 되는 것.




이제는 절대 잊지 말아야지.

놓치지도 놓아버리지도 말아야지.




삶의 풍파에 흔들리는 시기가 와도

이제는 나만의 심리적 공간에서

나만의 견고한 성을 쌓아가야지.




내가 원하는 미래로 들어가는 문을

매일의 무심한 노력으로

조금씩 만들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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