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랑을 받고싶다면

by 파란동화



나는 딸 둘 엄마다. 아이들은 올해로 7살, 5살이 되었다. 세상 모든 딸들이 이런 것인지, 세상 모든 여자들의 특성이 이런 것인지, 아이들은 쉬지 않고 조잘댄다. (나도 저런가?)




말을 어찌나 많이 하는지 두 녀석이 동시에 "엄마, 엄마, 내 말 좀 들어봐."를 외치고, 그때마다 엄마가 고개를 들어 자신의 눈을 바라봐주지 않으면 "엄마, 엄마, 내 말 좀 들어봐라고!" 소리를 지른다.




한 녀석의 목소리가 커서 다른 녀석의 목소리가 묻히면 역정을 내고, 엄마가 다른 가족과 얘기하느라 자신의 눈을 바라봐주지 않으면 귀에서 피가 나도록 엄마를 불러제낀다. 정말로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다. 귀에서만? 아니다. 어떤 날은 아이들의 조잘대는 말들이 미처 나에게 수용되지 못하고 뇌 위를 기어다니는 느낌마저 든다. 뇌가 너무 간지러워서 미칠 지경이다.




가끔은 "엄마, 내 말 좀 들어봐. 내 말 좀 들어봐라고!" 화를 내서 "그래, 그래. 지금 듣고 있어. 듣고 있잖아." 라고 말하며 아이 눈을 바라보면, 배시시 웃으면서




"근데, 나

엄마 사랑해."




라고 뜬금포 사랑고백을 날리기도 한다. 그러면 직전까지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던 녀석 때문에 어이상실에 허탈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사랑고백을 받아서 이 조그만 녀석을 미워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갇히고 만다. 내 딸은 지금 당장 엄마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했나 보다.




생각해보면 고작 5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녀석의 방식이 현명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을 급하게 처리하느라, 가장 중요한 사랑고백을 미루면서 살아가지 않는가. 가족들과 대화할 시간도 많지 않고 대화를 하면서 눈을 바라보기란 또 얼마나 힘든 일인가. 자신의 눈을 바라봐주지 않으면 자신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어쩌면 Real인지도 모른다. 상대의 눈을 보고도 딴 생각을 하는데, 상대의 눈을 보지 않고 어떻게 그 말들을 다 들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근데, 나

엄마 사랑해."




하루에도 몇 번씩 뜬금포 사랑고백을 받는다. 말로만 할 때도 있고, 안아달라고 애교부리며 할 때도 있고, 엄마의 목을 끌어안으며 할 때도 있다. 정말로 바빠 죽겠는 상황에서도 아이의 이런 고백을 받으면 웃을 수 밖에 없다. 아이를 꼭 끌어안고 "엄마도 사랑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내 아이는 정신없이 바쁜 엄마에게 쉼표를 주기 위해서 뜬금포 사랑고백을 날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준 사랑을 다시 그대로 돌려주고, 내가 준 사랑을 몇 배로 부풀려서 돌려주는 상대는 어린아이밖에 없다는 생각. 비단 내가 낳은 자식뿐만이 아니다. 밖에서 우연히 만난 아이라 할지라도 정성과 애정을 주면 아이들은 몇 배의 마음을 돌려준다. 나도 어릴때는 그랬고 지금도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그렇다.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랑에 지쳐있던 내가 다시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아이들 덕분이었다. 이토록 내가 준 사랑을 몇배로 돌려받으니, 세상살이로 오염되었던 탁한 마음이 정화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나의 사랑이 헛되지 않았고 나를 사랑해주는 확실한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평생 누리며 확인하고 싶어서 아이들을 낳았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존재가 나를 더욱 사람답게 만들어준다.




세상에는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만큼 힘들고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없을 것이다. 지지고 볶고 힘들고 괴롭고 때로는 주저앉아 버리고도 싶기도 하고, 또 때로는 도망쳐 버리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성취감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보다 더 힘든 일도 없지만 이보다 더 행복한 일도 없다.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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