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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Mar 01. 2017

깜깜한 오밤중에 갑자기 내리라는 남미버스

남미여행 버스 공포 에피소드 2편




"뭐지.. 휴게소인가? 화장실도 없는 이 산꼭대기 한가운데서?"

 "언니 우리도 발 담글까?"







1. 페루 나스카->쿠스코ㅣ 버스기사 아저씨의 신선놀음 


 페루 나스카에서 쿠스코까지 원래는 버스로 12~13시간이다. 하지만 이곳은 느긋한 남미. 18시간 뒤에 간신히 쿠스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밤 버스를 타고 허허벌판을 달려 아침이 됐다. 어느 산꼭대기 비탈길에 갑자기 버스가 멈춰 섰다. 경치가 장난이 아니다. 잠깐 쉬어가는 곳인가?라고 생각했지만 대단한 착각이었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강가로 가더니 발을 담그는 게 아닌가. 발을 첨벙이며 직접 싸온 도시락을 먹고 있는 것! 

 

"뭐지.. 휴게소인가? 화장실도 없는 이 산꼭대기 한가운데서?"

 "언니 우리도 발 담글까?"


 우왕좌왕.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그냥 우리도 강가로 가서 발을 담갔다. 그리고 가방 속에서 비상식량이었던 바나나를 꺼내 먹었다. 덩달아서 다른 외국인들도 신선놀음에 참가했다. 경치가 정말 좋았다. 마치 영화 아바타 촬영지 같았다. 


 그렇게 그곳에서 이유모를 쉼을 5시간이나 했다. 남미 버스의 장단점 같다. 장점은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것, 12시간 동안 쉼 없이 달리는 게 애초 목적이었지만, 버스 기사 덕분에 평생 보지 못할 경치를 봤다. 빡빡하게 짜인 여행 스케줄을 해내지 못하면 스스로를 옥죄었는데, 그로부터 벗어나 5시간 동안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단점은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 하나 정도?



▲신선놀음했던 산꼭대기. 5시간동안 군것질하며 경치구경!






2. 볼리비아 라파즈->우유니ㅣ오밤중에 갑자기 버스에서 내리라는 버스기사


 이번 이야기는 남미 여행을 하며 만난 한국인의 실제 경험담이다. 볼리비아 라파즈에서 우유니까지도 역시나 밤 버스를 타고 12시간을 달려야 한다. 그렇게 한창 달리고 있던 그녀에게 날벼락같은 일이 벌어졌다. 버스기사가 갑자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내리라고 한 것. 

 버스 티켓이 있다고 말하자, 그 버스 티켓은 가짜라고 우긴다. 그러더니 길거리에 서 있던 다른 현지인을 태우더란다. 그야말로 '헐!'


 버스기사와 알고 있는 지인을 태우기 위해 제일 만만한 한국인 여성 여행객을 길거리에 버린 것이다. 그 오밤중에 말이다. 막무가내가 따로 없다. 

 그 친구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버스기사 바지를 잡고 빌었다고 한다. 돈을 더 낼 테니까 제발 자기를 버리지 말라고. 그래서 결국 돈을 몇 배나 더 내고 버스 통로에 쭈그리고 앉아서 우유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남미 여행 중에 들은 가장 무서운 얘기였다. 소매치기보다 더 무서웠다. 만약 내가 깜깜한 길거리에 버려졌다면 어땠을까.  



 


▲브라질에서는 버스직원이 중간에서 표 검사를 한다. 중간에 회전문 통과여부도 결정한다. 범죄가 많아서 그렇다고.





   


결론, 남미 버스 타기 TIP


 남미는 버스터미널에서 자신의 목적지와 원하는 가격에 맞게 '버스회사'를 찾아야 한다. 중요한 건 무조건 싸다고 좋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싼 버스를 타봤지만 최악이다. 의자가 뒤로 젖혀지지 않는다거나, 의자 가죽커버가 벗겨져 스펀지에 기댄 채 간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엔진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커서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공포감을 준다. 

 

 결국 최고급 버스는 아니더라도 중상위권 버스 타는 걸 추천한다. 나라, 도시별로 유명한 버스회사가 있으니 현지인에게 물어보고 참고하는 것도 좋다. 우선 버스터미널에 가면 엄청 큰 버스회사들은 눈에 딱 보인다. 자리도 크게 차지하고 있고, 버스회사 직원들이 유니폼도 갖춰 입고 있다. 하지만 가난한 배낭여행자라면 자꾸 싼 가격의 버스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래도 위험한 일을 겪는 것보단 안전한 버스를 선택하는 걸 추천한다. 

 


▲돈을 더 들여서라도 2층 맨앞자리 무조건 추천! 엄청난 자연풍경을 보며 달릴 수 있다.




 한 가지 더. 버스는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일정에 맞춰 도시를 이동해야 하는데 버스가 없다면 계획이 꼬인다. 특히 2층 버스를 예약할 때면 맨 앞좌석을 달라고 하면 좋다. 2층 맨 앞자리 앉으면 경치를 훤히 보면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몰, 일출, 은하수 등 멋진 경치를 보며 달렸던 적이 많다. 꿈꾸는 듯한 드라이브였다. 다만 어떤 버스회사는 2층 앞자리에 앉으려면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한다. 

 

 사실 칠레나 아르헨티나는 버스시설이 굉장하다. 밤에 샴페인이랑 와인도 건네준다. 남미 여행을 하며 겪은 버스 공포 에피소드 4편 같은 상황도 있지, 남미 버스가 무작정 다 위험하다는 건 아니다. 결론적으로 볼불복! 스스로가 항상 조심해야 한다. 




▲아르헨티나 멘도사에서 탄 CATA버스! 최고급이다. 자제 간식도 있고, 밤에는 샴페인을 준다. 은하수를 보며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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