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잔의 시간 동안, 그동안에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중 일거야
텅 빈 머그잔을 바라보다
키보드 앞에서 멍하니 멍하니 있다가
내가 소리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내게 소리 내지 않는
몇 시간을 지나 다시 머그잔을 채우다
내 입에 쳐진 거미줄을 새까만 아메리카노로 치워내고는
이번엔 연습장 앞에서 휑하니 퀭하니 있다가
내가 걸지 않으면 아무도 울려대지 않는
또 몇 시간을 지나 텅 빈 머그잔을 채우다
나의 하루는 그렇게 몇 잔의 커피
그리고 완전한 혼자
나의 밤은 그렇게 몇 줄의 진전도 없는 자판의 커서
그리고 내용 없음
온전히 혼자 인 날 내가 얻은 자유 혹은 외로움
그저 편안한 혼자로서의 세 잔의 커피는 여유로움이 되어 주는데
뭔가 글자들을 조합해 문장이란 놈으로 뼈대를 세우려는 날
상기된 혼자로서의 세 잔의 커피는 지독한 씁쓸함으로 다가와주니
'아, 그래. 몇 줄은 커녕 한 문장도 다듬지 못 한 오늘에게도 배울 게 있나니,
어떤 하루에도 매사는 생각하기 나름이구나'
오늘이 내게 자유였는지 외로움이었는지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자꾸 망각하게 되는 사실.
내일도 또 난 그저 내 마음이 뛰는 일을 위해
어설픈 사유라도 연습장 위에, 컴퓨터 안에
글로써 나만의 표현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머리와 가슴을 싸매겠지만
다시 또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긍정과 함께
'또 몇 잔의 커피를 내려야지' 한다.
내일은 다시 처음부터 아자아자.
새로운 오늘은 어제보다 한 글자 더, 한 문장 더 정리하기.
그렇게 하나둘씩 차근차근해 나가면 한 장이 모이고, 또 그 한 장 한 장이 모여 몇 장..
언젠가는 한 권을 이루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