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하기 완료. 티켓팅 완료.
슬리에마.
발레타.
세인트 줄리앙.
몰타섬. 고조 섬.
+
여행을 준비하며 만나게 되는 새로운 단어들이 있다. 몰타에 잠시 살기를 준비하며 만난 단어들이 꽤 되는데, 지금 당장 떠올리려 하니 달랑 다섯 개뿐. 다사다난 갈팡질팡 끝에 약 6주간 <잠깐 우리 집@몰타>를 확정했다. 아이가 다닐게 될 어학원이 슬리에마에 있어 집은 슬리에마에 구하고 싶었다. 한데 나를 매혹시킨 것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는 발레타.
마음이 갈팡질팡 하던 찰나, 비수기 특가(?라곤 하지만 내 기준에선 높은 금액)로 발레타에 플랫이 아닌 집 전체를 얻을 기회를 만났다. 애초 계획한 47박 숙소 예산에서 800유로를 훌쩍 넘어선 상황.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냥 이 집으로 합시다. 아름다운 공간에 머무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자 학습이 될 거야."
건축가 남편은 이럴 때에 힘이 된다. '어차피 잠만 잘 건데.'라며 애써 접은 마음을 남편이 대신 펼쳐준다. 문제는 발레타 집의 입주 날짜. 몰타에 도착 후 열흘 남짓 지난 날짜부터 예약이 가능했다. 한번 꽂혀 버린 마음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발레타 집이 가능한 날짜까지 슬리에마에서 살 집을 다시 구했다. 예산의 균형을 맞춰야 하니 대중교통이 편리하나 중심가와는 거리가 있는(중심가에서 벗어나면 집값이 조금 낮아짐) 곳으로 찾았다. 여행지에서의 살림도 살림은 살림이라, 집을 옮긴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 하.지.만. 몰타에서의 이사라~ '이걸 또 언제 해 보겠어'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많은 경험자들이 무.조.건. 어학원 도보거리 집을 추천한다. 그런 상황에서 어학원이 있는 슬리에마가 아닌 발레타 장기 숙박은 현명하지 않을 수도. 발레타 - 슬리에마 이동이 어렵진 않을까? 염려되는 마음에 두 도시를 잇는 페리 홈페이지도 살펴봤다.
페리만 정상적으로 운행한다면, 발레타-슬리에마간 페리 이동이 약 15분 정도이니 외려 버스를 타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음에 걸리는 건, 일부 블로거들의 후기. 몰타의 페리 운행은 기상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후기.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슬리에마 - 발레타> 구간 페리회사의 홈페이지에서 본 정기이용권에 희망을 건다. 정기이용권이 있다는 건, 페리를 정기적으로 타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일 테고, 어쩌면 페리가 출퇴근 수단인 이들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극한 상황이 아니고선 운행이 규칙적이겠지 라는 '내 맘 편하자'고 내 맘대로 해석.
'우리 쮸, 매일 배 타고 등하교하겠네. 그림 같겠네 아주. 동화 같겠어, 정말.'
나 좋을 대로 상상하며 씨익 웃었다.
안다. 상상은 상상일 뿐, 현실이 되면 늘 상상과 다르다는 걸. 시간이 흘러 좋은 기억만 남겨지면 그땐 그야말로 그림 같고 동화 같겠지만, 심술궂은 날씨로 페리 운행이 중단되어봐. 발레타에서 슬리에마 까지 버스를 타고 어이 이동할 것이며, 수업에 늦을까 얼마나 속을 태울까. 걱정이 취미인지 이런 걱정, 저런 걱정 꼬리를 잇는다.
이럴 때 내가 잘 쓰는 방법. "아 몰랑. 결정했어. 이제 나머지는 닥치면 걱정하겠어."
그리하여 우리는
마.침.내. 간다.
Let's go Mal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