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대신 詩를 골랐다
#남편이
#상을탔다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 우수상.
수상 소식을 전하는 남편에게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상금은? 상금도 있어요?"
"다음 주 금요일이 시상식이야." 남편이 말했다. 그 짧은 문장에는 '당신과 쮸는 안 와도 괜찮아'의 느낌이 강했다. 집과 시상식장의 거리, 쮸 등교날인 금요일, 코로나 시국. 여러 가지 이유들을 고려했겠지. 나 역시 평일에, 아이 학교를 빼며 2시간여 거리를 가야 할까 싶었다. 한데 며칠 후 설거지를 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살면서 아이가 시상식장에 서 있는 아빠를 볼 기회가 얼마나 될까?' 나는 아이를 데리고 시상식장에 가기로 했다.
일요일지나 월요일, 월요일 가고 화요일. 화요일 오전 내내 고민했다. '꽃을 준비해야 할까? 꽃배송 신청하려면 오늘은 주문해야 할 텐데.' 결국 꽃은 주문하지 않았다. 시상식=꽃다발, 그 자연스러운 등식에 이상하게 반항하고 싶었다.
드디어 시상식 날인 금요일. 체육수업을 꼭 해야 한다는 아이의 의견을 수용, 오전 수업만 하고 조퇴하기로 했다. 남편과 쮸가 각각 출근과 등교를 한 후, 나는 혼자 바빴다. 설거지하고, 빨래 돌리고 널고, 간단히 집안 청소 후 옷을 골랐다. '그래도 시상식인데...'싶어 블랙 슈트를 꺼내 스팀다리미로 주름을 폈다. 그 와중에도 '선물이 있어야 하는데. 꽃다발 대신 뭘 하지?' 고민.
초등학교 시절부터 모아 온 편지지 상자를 열어 적당한 카드를 찾았다. 시집을 펼쳐 놓고, 한 행 한 행 시를 옮겨 적었다. 내가 택한 시는 문정희 시인의 '남편'이었다.
마지막 행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를 쓰면서는 너무 공감이 되어 피식, 혼자 웃었다. 동시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설마 이 시를 결투신청, 선전포고... 이런 의미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겠지?'
수업 끝났다고, 빨리 데리러 오라는 아이의 카톡에 서둘러 카드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가, 결국 다시 꺼내 한쪽 면에 이렇게 썼다.
“당신의 어제와 오늘보다 내일이 모레가 훨씬 더 빛날 거예요.”
빛나면 좋겠어요, 빛나길 바래요가 아닌, <빛날거예요>에 담은 큰 뜻을 남편은 알아차렸을까? 꾹꾹 눌러 담은 아내의 뚝심 있는 응원, 어떤 경우에도 빛날 수 있게 우리 가족 똘똘 뭉쳐 힘이 되고, 협박(?)이 되고, 위로이자 응원이 되겠다는 결의에 찬 다섯 글자임을 남편이 알아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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