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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의 Sep 29. 2020

추석 연휴에 읽기 좋은 책 추천

독서도 타이밍이 중요하니깐

연휴가 코 앞이다. 멀리 떠나지 못하는 코로나 시대의 명절 연휴, 모처럼 마음 편히 소파에 등 대고 누워 독서하기에 딱 좋은 시기이다. 베스트셀러도 신간도 아니지만, 지금 읽기에 타이밍이 가장 좋은 책으로 세 권을 꼽아 추천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머리 복잡하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골랐다.



1.『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와즈 사강, 민음사 출판사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인기를 얻고 있는 지금은, 이제 368권이 넘어가는 민음사 세계문학선 시리즈 중에서 프랑스와즈 사강의 이 책을 꺼내어 읽기에 딱 좋은 시점이다.


연애 소설이다. 이전에 어디선가 들었는데, 이 소설은 정말이지 연애 감정에만 충실한 책이라 그 문학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고전 소설이라기보단 로맨스 웹소설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판단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 나는 문학 평론가는 아니니 문학성에 대해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고, 무척 몰입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고만 말할 수 있다. 나로선 이토록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가 있다는 건 그저 감사하기만 한 일이다.


그러나 아름답고 설레고 풋풋한 그런 연애 소설은 절대 아니다. 실내 장식가인 서른아홉의 폴은 연인 로제와 오랫동안 안정적인(?) 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다. (이름이 헷갈릴 수 있지만, 폴이 여자고 로제가 남자다). 겉보기엔 참 평범한 커플이지만, 사실 로제는 폴을 보험처럼 걸어둔 채 밤마다 다른 여자를 만나야만 직성이 풀리는 남자다. 폴 없이는 살 수 없는 남자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여자들을 계속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남자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십 대의 젊고 잘생긴 시몬이 나타나 폴에게 전폭적인 사랑을 표현한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절대 아니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러나 가끔은 풋풋한 사랑보다는 막장 드라마가 더 재미있기도 한 법이니까.




2.『난생 처음 한 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2권, 베토벤 편』

- 민은기, 사회평론 출판사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고 한다. 200주년, 300주년도 아니고 50년 단위로까지 따질 일인가, 싶지만 그래도 베토벤은 베토벤이니까. 올해 초부터 대형 서점 음악 분야의 매대에는 베토벤에 관한 책들이 자리를 가득 차지했다.


음악에 대해선 국내 가요밖에 모르고 클래식에 대해서는 더욱더 까마득한 나이지만, 그럼에도 지적 호기심(허영?)은 있어서 늘 클래식 음악이 궁금했다. 이것저것 기웃거리다가 욕심을 버리고 안착한 주제가 베토벤이다. 베토벤 탄생 300주년까지 기다리다 보면 나는 80세가 넘었을 테니, 올해가 가기 전에 베토벤이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 이해하고 베토벤의 대표곡 몇 곡 정도는 제목과 음악을 매치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나의 소박한 목표이다.


『난 번(난처한)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은 제목 그대로 나와 같은 생초보를 위한 책이다. 기본 지식이 아예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매력은 그 친절함에만 있지 않다. 길다면 길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을 짧게 쪼개서 설명해주니까 좋다. 예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35분 정도 된다. 이런 음악을 들을 때 나는 감정-무식이 된다. 어디가 서정적인 거고 어디가 갈등을 표현한 건지, 어디서 해방감을 느껴야 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35분짜리 음악 중에서 의미 있는 부분들을 7-8초씩 끊어서 QR코드로 바로 들을 수 있게 안내한다. 나는 책에서 일러주는 대로 음악을 들으며 어디에서 현악기들이 운명의 동기를 긴박하게 주고받는지, 어디에서 모든 악기들이 그동안 쌓아 온 압력을 폭발시키는지 알 수 있다.


마침내 나는 베토벤 5번 교향곡을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감상할 수 있게 된다.




3.『아무튼 딱따구리』

- 박규리, 위고 출판사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인간의 이기심이 초래한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코로나의 발생을 '자연의 영역까지 인간이 너무 침범해서 야생동물들과 불필요한 접촉이 발생했고, 그것이 바이러스의 전이와 변이를 불러왔다'라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단숨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 에세이의 저자는 장난감을 제작하러 영국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그 창작의 결과가 쓰레기와 환경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걸 알고 지속가능 디자인 연구원이 되었다. 이 책은 그녀와 남편 영장류학자 김산하의 달달하고 유쾌한 결혼 생활과 지속 가능한 삶의 솔직한 실천기를 담았다.


서울에 아파트를 구하기 위해 1) 새 아파트가 아닐 것 2) 역에서 멀 것 3) 자연과 가까울 것이라는 평범치 않은 조건을 내세우는 이 부부는 슈퍼 아저씨, 고물상 아저씨, 동네의 할머니들부터 새, 고슴도치, 달팽이까지 일상에서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과 자연에게 한 없이 다정하고 따뜻하다. 베란다의 화분 텃밭에 토마토, 적상추, 고추, 치커리를 키우면서도 벌레나 새가 언제나 찾아와 먹을 수 있도록 '벌레 대환영'이라고 쓴 작은 피켓을 꽂아두기도 한다. 음식점에서는 음식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백반집 그랜드슬램'이라는 놀이를 만들어 먹을 만큼만 음식을 덜어 접시를 깨끗이 비우고 온다.


이 책이 특히 사랑스러운 건, 때때로 그들이 완벽하지도 철저하지도 않은 방식으로도 그들의 가치관을 견실하게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에 있다. 저자는 채식주의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육류 식단을 완전히 단념하지 못하고 고기 앞에서 약해지는 모습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채식, 플라스틱의 사용 줄이기, 일회용품의 사용 줄이기, 미니멀 라이프 등의 삶의 방식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의 모양과 범위는 제각각 다르다. 오늘 내가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이유로, 지구를 위한 지속 가능한 삶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구의 환경 위기가 심각하다는 걸 늘 마음에 새긴 채, 내가 할 수 있는 한 차선의 방식으로 일상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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