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며칠만 더 이기적일게
5년 동안 간절히 기다렸던 아기를 만날 날이 고작 사흘 남았다. 2016년 가을에 처음으로 난임 병원을 방문하고, 2018년 1월에 시험관 시술을 시작해서 열세 번째 이식으로 어렵게 찾아온 너무도 소중한 아기. 그만큼이나 나는 내가 이맘때쯤엔 끓어오르는 모성애로 어쩔 줄 몰라할 줄만 알았는데,
요새 내가 매일 하는 생각들은 이렇다 :
1. 마음껏 낮잠을 자고,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가 이제 끝나간다.
2. 아직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은데? (갑자기 <레미제라블>이라든가 <듄 시리즈> 같은 장편 소설들이 그렇게 읽고 싶다)
3.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 독서 모임 참여하고 싶다.
4. 내년 봄에 스페인어 자격증 따고 싶었는데, 물 건너갔네.
5. 미술 전시 보러 다니고 싶다. (임신 전에도 몇 번 안 갔음)
6. 클래식 음악 연주회에 가고 싶다. (임신 전에도 한 번도 안 갔음)
7. 당분간 엽떡은 먹지 못하는 걸까? (모유 수유를 하면 매운 음식을 지양해야 한다)
8. 태교 여행 다녀오지 못한 게 후회된다. 20주 차 때 나 혼자서라도 제주도에 며칠 다녀올 걸.
9. 아기가 너무 못생겼으면 어떡하지? (객관적으로)
10. 내 아기가 내 눈에 그렇게 예쁘지 않으면 어떡하지? (주관적으로)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나는 왜 점점 더 내 생각만 하게 되는 걸까. 아직도 엄마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걸까.
이런 이기적인 날들도 이제 며칠 안 남았으니, 뱃속의 아기도 나를 조금은 이해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