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배달 서비스
"똑똑, 우유를 배달해 드려요."
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도 찾아오지 않던 나의 파란 대문집에 초인종이 울렸다.
초인종 소리가 반갑기도 하겠지만,
낯선 곳에서 울리는 초인종 소리는
그때는 나에게 겁부터 나는 소리였다.
"누구세요?"
"우유 배달 서비스 밀크맨입니다."
밀크맨?
밀크맨이 뭐야?
일단, '밀크'라는 말에 거부감 없이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배가 약간 볼록하고, 얼굴 가득 수염이 난
인상 좋은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자신이 ‘밀크맨’이라고 소개했다.
우유를 사러 가지 않아도, 집까지 매일 신선한 우유를
배달해 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 자주 우유를 사러 다녀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도 편하겠다며 바로 서비스를 신청했다.
우리는 우유를 많이 마시지는 않아서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배달을 받았다.
아침 남편 출근 시간에 맞춰서 소리가 들린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그 소리만 들어도 우유가 도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대문을 열면 언제나 같은 자리,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반짝이는
투명한 유리병이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갓 짜낸 듯 신선한 우유가 담겨 있었다.
소독된 유리병에 담긴 농장 우유는
왠지 따뜻한 마음까지 함께 배달되는 듯했다.
가격은 프리미엄이 붙어서 마트보다 조금 비쌌지만,
나의 아침을 알려주는 정성의 값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유의 가격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그때도 1파운드 남짓, 지금도 여전히 비슷하다.
마트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싸게 파는 이유가
우유이기 때문이다.
아침의 차가운 공기와 함께 문 앞에 놓인 유리병 하나.
그 속에는 단지 우유뿐 아니라,
내게 낯선 도시가 조금씩 익숙해지던
그 시절의 온기가 함께 담겨 있었다.
이 도시에서, 이 도시의 사람들처럼
우유를 배달해 마신다는 건,
이제 나도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작은 뿌듯함 같은 것이었다.
이 작은 하나도 나에게는
숙제였고 과제였다.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하루는
익숙해지기 위한 작은 시험 같았다.
그 과제를 하나씩 해 나갈 때마다
우유 한 병의 하얀빛처럼,
그렇게 나는
또, 녹아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