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블 스멜 - 영국생활 23

옆집 할아버지


쨍하고 예쁜 파란빛 대문이 있는 집.

우리는 그렇게 영국 런던 존 5, 바킹(Barking)과 업니(Upney) 사이에 있는

Salisbury Ave, Barking이라는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동네는 넓은 주택가였고,

양쪽으로는 바킹 공원과 메리어스브룩 공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는 이쪽, 하루는 저쪽으로

번갈아가며 산책을 나설 수 있을 것 같아서 참 좋았다.


바킹 공원은 역사가 100년은 족히 넘는 오래된 공원이었다.

호수와 하천이 연결되어 있고,

잔디며 나무며 잘 다듬어진 깔끔한 공간이었다.

그에 비해 메리어스브룩 공원은 조금 거칠고 덜 정리된 느낌이었다.

아직 공사가 덜 된 곳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그곳을 더 자주 찾았다.

오리와 청설모 같은 작은 동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런던에 산다고는 했지만,

도심인 존 1까지 나가려면 업니역이나 바킹역에서 전철을 타야 했다.

집에서만 해도 꼬박 한 시간이 걸렸다.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런던 시내까지 나가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참 아쉬운 일이다.

그때는 두 아이를 거의 혼자 키우다시피 해서

몸도 마음도 늘 지쳐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야, 한국에서 친구가 놀러 왔을 때

비로소 처음으로 런던 시내를 나가봤다.



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있었던 일이다.

그날 저녁 메뉴는 간장 삼겹살이었다.

단짠단짠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요리하는 내내 군침을 참느라 힘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옆집에서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Terrible smell!”

“Terrible smell!”

“Why do you make such a smell!”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우리 집 부엌엔 조리대 오른쪽에 큰 창문이 있었다.
정원 쪽으로 연결된 창문이라
나는 당연히 환기를 위해 열어두는 창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창문은 옆집 정원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창문을 활짝 열고 고기를 굽는 동안

옆집 할아버지는 정원으로 나오셔서

창문 가까이에 서서 연신 소리를 지르셨다.

"테러블 스멜! 테러블 스멜!"


나는 너무 놀라 얼어붙었다.

그것도 이사 온 지 3일도 안 됐는데,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든 것뿐인데

그분의 격한 반응이 솔직히 긴장되고 무서웠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도 몰랐다.

남편에게 이야기하자

그는 "사람 먹는 음식 냄새에 저렇게 반응하는 건 인종차별일 수 있다"라고 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괜히 걱정부터 앞서곤 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불편한 마음을 안고 간장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한동안은 간장 소스를 꺼내기가 두려웠다.

신기하게도 옆집에서는

요리 냄새가 단 한 번도 나지 않았다.



그 일을 떠올리면,
바스(Bath)에 살던 한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분은 학생 시절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기숙사라고 해도 우리나라처럼 아파트식이 아니라
플랫하우스가 이어진 형태였다.

어느 날, 어머님이 한국에서 보내주신 청국장을 끓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확성기에서 경비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대피하세요! 오물 저장 탱크가 터졌습니다!"
"모두 대피하세요!"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그저 웃음이 터져서 배를 잡고 굴렀다.

직접 당사자로부터 들은 거라

더 재밌고 웃겼다.

그날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웃음 섞인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아! 그리고 할아버지!

그 뒤로 할아버지는 우리랑 아주 친한 이웃이 되었다.

굽은 허리로 내가 아이 둘과 혼자 있다고 택배도 들어주시고

소소하게 도움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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