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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Sep 02. 2023

특히 우울감이 심해지는 시기가 있다-4(1)

나는 필요한 사람인가, 내 존재의 의미

 성인이 된 나는 결국 중학생부터 꿈꿔온 장래희망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다른 길은 있었다. 장래희망을 이루지 못하면 사회낙오자가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그냥 성적에 맞춰서 잘 맞을 것 같은 과, 언니를 통해서 어느 정도 정보가 있는 학과로 지원해서 들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전문대에서 2년을 보냈고, 그 후 중학생 때부터 해오던 글쓰기를 심도 있게 배우고 싶어서 사이버대학교에 있는 관련 학과로 편입했다. 전문대 졸업반이 되던 해부터 나는 꽤 바쁜 날들을 보냈는데, 집이 그저 잠만 자는 곳이 될 정도였다. 졸업 후에도 편입한 학교의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주말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냈다. 그렇게 보내다 도서관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고, 공부와 일을 함께 하면서 꽤 바쁜 4-5년을 보냈다. 내가 그리 바쁘게 지내는 동안에도 부모님의 사이에는 더욱 잦은 다툼이 있었고, 나는 여전히 내 속에 있는 우울함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었다. 내 속에 우울함이 깊어질수록 나는 나의 가치의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님의 대한 나의 가치, 언니의 대한 나의 가치, 친구들에게 대한 나의 가치 등등 내가 왜 살고 있는지, 잘 살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봤다. 그렇게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부모님에게 좋은 자식이 되기 위해, 언니에게 좋은 동생이 되기 위해,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등등 ‘좋은 사람’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때는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되면 내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정답이 아닌 것을 깨달은 것은 부모님의 사이가 계속 악화되고, 그 사이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전보다 더욱 실감하고 부모님의 다툼이 일어나면서 그것을 말리던 내가 아버지와 다투는 일도 일어났고, 어머니께서 혼자 시골에서 지내는 것을 결정했을 때였다. 그때 내 나이가 스물 중반이었다.     

 

 나의 가치의 대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좋은 자식’의 대한 허무감을 제일 크게 느꼈다. 어머니가 갱년기를 겪고, 어머니의 무겁고 무서운 하소연을 들으면서 불안해하면서도 그 티를 내지 않고 조용하면서 시끄러운 나의 사춘기를 보냈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어머니 본인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어떤 말을 해줘도 어머니는 아버지가 안 바뀌는데 어떻게 바뀔 수 있느냐며 내게 하소연을 계속했다. 그때 생각했다.      


나는 어머니의 좋은 딸이 아니라감정쓰레기통이었구나     


그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과거의 내가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화나고, 슬프고, 우울한 것을 티 내지 않았던 것은 어머니가 조금이라도 더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어머니는 전혀 내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렇게 스스로에 대한 안쓰러움이 쌓여갈수록 어머니의 대한 원망도 쌓여갔고, 그러면서도 어머니를 원망하는 나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      


 그 해의 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도서관을 나와 작가를 하겠다고 하고,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고 자격증을 취득해서 겨우 내가 생활할 수 있는 만큼만 겨우 돈벌이를 하고 있었고, 더욱 올라가기 위해 바리스타 공부를 더 하고 있었지만 아버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자신이 없었다. 부모님이 다툼이 있을 때면 아버지는 혼자 생활비를 대고 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셨는데 내가 도서관 일을 하면서 용돈을 벌어서 쓰고, 내 돈으로 편입한 대학교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그랬기 때문에 제대로 된 돈을 벌지 못하는 내가 아버지에게는 한심하고, 부족하고, 성에 차지 않는 자식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언니가 없던 주말 저녁시간 부모님의 다툼이 일어났다.      


 아버지는 그날도 운동을 가셨다가 술을 꽤 드시고 들어오셨다. 그리고 씻고, 한숨 주무신 후 일어나셨는데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저녁 먹어요?’라고 물어본 것이 다툼의 시작이 되었다. 부모님의 다툼은 꼭 그러했다. 술을 드시고 한숨 주무신 후 일어난 아버지께 어머니가 뭔가 질문을 하면 아버지는 그것에 대해 기분이 상하셔서 어투가 날카로워지고, 언성이 높아졌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마음속에만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 이야기들을 속사포로 쏟아내셨다.      


나를 가장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 없어.’

내가 뭘 더 해야 하는데.’

당신이 날 그렇게 대하니까 애들이-’     


아버지는 그렇게 속사포로 평소 아버지가 느끼시는 것들을 거침없이 내뱉으셨고, 나는 그날 방 안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를 메모장에 적고 있었다. 내가 말린다고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끼어들 수 없었는데 그날은 내가 어디서 나의 인내심 나사가 풀린 것인지 다툼을 말리는 것이 아닌 아버지께 대드는 형식의 말이 나와 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금방 부모님의 다툼만이 아닌 아버지와 나의 다툼이 섞여버렸고, 그렇게 나와 어머니가 그 상황을 빨리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집을 나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집을 나서는 내게 아버지가 화가 난 목소리로 키우고 있는 고양이까지 내놓을 것이라는 말에 내가 더욱 화가 나 아버지에게 대들게 되었고, 순식간에 아버지는 내게 발길질을 했고 나도 그것을 막겠다며 아버지에게 발길질을 하게 되었다. 그날의 일이 내게 나의 가치에 대한 혼란을 더욱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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