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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Sep 06. 2023

우울감은 나를 내가 아니게 만든다

생각 편/ 떠오르는 생각의 결과는 하나인 경우가 많았다. 

 우울감은 나를 내가 아니게 만드는 감정 중 하나다. 아니, 어쩌면 그 모습 또한 나이겠지만 스스로 그것이 내 모습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울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생각, 행동 모두 내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혼란스러운 날이 이어진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해도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도 되는 걸까 그런 고민을 끝없이 반복하게 된다.      


 우울함을 처음 느꼈을 때는 특별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그것이 우울함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였지만 그저 즐겁다는 느낌이 평소보다 덜 들고 뭔가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했던 것 같다. 중학생 시절부터였기 때문에 앞으로 나의 진로, 부모님의 관계, 그리고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것까지 머릿속이 주제가 정해지지 않고 끝없이 걱정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끊이지 않는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그것이 우울함, 감정이 가라앉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생시절의 우울함은 단순히 가라앉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짜증이 막 나기도 하고, 그러다가 가슴이 콱 막힌 듯 답답하기도 하고 그랬다. 누군가 보면 그렇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일이지만 나는 화나고, 짜증 나고 그랬다. 그래서 어느 때와 다름없이 어머니께 밖에서 있었던 일을 말을 하고 짜증 난다고 말을 했더니 그때 어머니의 답이 나를 바꾸는 큰 계기가 되었다.      


네가 너무 예민해그렇게 예민하면 너만 힘들어엄마는 그게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그전까지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는 ‘그랬어? 그런데-’라면서 공감을 하고 해결책을 주거나 내가 잘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는 했는데 그 시기에 어머니는 일단 아버지와의 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었고, 갱년기가 시작이 돼서 몸도 마음도 힘이 드니 내게 쓸 감정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이전과 다르게 반응해 주는 어머니를 겪으면서 내가 공감받지 못할 것 같은 이야기는 걸러내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바뀌면서 집에서와 밖에서의 나의 모습이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족들 앞에서는 최대한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혼자 있거나 밖에 있을 때는 머릿속에 드는 부정적 생각을 반복하면서 ‘슬프다’, ‘외롭다’, ‘힘들다.’등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내가 생각할 때 나의 우울함이 가장 심했던 것은 학생 시절 때와 스물 중반쯤 나의 존재의 대해 고민할 때인데 학생 때는 내가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기분이 가라앉는 이유를 찾으려고 계속 생각했었다. 이유라도 찾으면 해결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했는데도 이유를 찾지 못하고 여러 날이 지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왜 살고 있을까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횡단보도에서 초록 불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지금 내가 한 두, 세 발자국만 움직이면 나는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것을 행동으로 실행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사고가 나서 경상을 입거나 아예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쳤을 때 스스로 거동을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누워만 있을지도 모르고 그런 상황을 생각하니 나의 병상 뒷바라지를 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바로 이어져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부모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부모님에게 좋고, 힘이 되는 자식이 되고 싶지 부모님에게 짐이 되기는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무서우면서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우울감이 깊어질수록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계속해서 찾아야 했다. 그런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이유를 생각하면서도 나를 첫 번째로 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나는 아무리 힘들고, 버거워도 가족과 내 지인들이 나로 인해 슬픔을 겪지 않았으면 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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