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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Sep 09. 2023

우울감은 나를 내가 아니게 만든다.

행동편,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가 싫어. 

우울함이 찾아오면 나는 혼자가 되고 싶었다. 친구들하고 함께 있는 것도 가족들과 모여 있는 것도 힘이 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앞에서 아무 일 없는 듯 대화를 하고 웃어야하는 것이 점점 버거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면 아무렇지 않은 듯 어머니랑 대화를 하고 밥을 먹고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방 안에서 컴퓨터를 켜고 좋아하는 가수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듣고, 그날 있었던 일과 감정, 생각을 글로 써 내려갔다. 내가 그 시기에 제일 매일같이 했던 것 중 하나가 글 쓰는 것이었다. 그렇게 감정을 글로 써내려 가면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져서 또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중학생 때 글을 쓰기 시작하고 그 이후로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글을 써야했다. 그렇게 못 한 날은 매우 화가 나서 혼자 화를 내며 울기도 했다. 


 어느 정도의 우울함을 가지고 성인이 되었고 가족들, 친구들과 멀어져서 혼자가 되는 것이 무서웠던 나는 어머니의 의견을 이기지 못하고 대학교 기숙사에서 평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힘들었다. 외톨이가 된 것만 같았다. 학교 강의가 끝나면 다른 친구들은 버스를 타고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데 나 혼자 학교 언덕길을 올라 기숙사로 향했다. 그 순간부터 외로워졌다. 기숙사로 들어간 나는 사람이 거의 들어오지 않은 기숙사에서 조용히 씻고, 조용히 끼니를 챙기고 노트북을 켜서 글을 썼다. 외로움이 잔뜩 묻어나는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눈이 젖어들었고, 어느새 조용하지만 서럽게 울었다. 그렇게 울면서 글을 쓰고 나면 어느새 시간은 밤이 되어있었고, 나와 성격이 전혀 다른 룸메이트와 최대한 마주치지 않기 위해 침대에 누워서 노래를 듣다가 잠이 들고는 했다. 잠이 들지 않았을 때 룸메이트가 들어온다고 해도 크게 아는 척 하지 않았다. 나의 기숙사 생활은 반년 정도 됐지만 나는 그 반년이 일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도서관 계약직 사서를 그만두고 바리스타 일을 시작하면서 힘든 날이 많아졌다. 부모님의 관계도, 나의 사회생활도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카페 일에 처음 적응하던 때에는 우는 날도 많아졌다.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하고,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두면 낙오자가 될 것 같아 겁이 났다. 불안함과 우울함을 가지고 나는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어느새 스물 중반에서 스물 후반이 되었고, 그 사이 나는 괜찮아진 것 같으면서도 때때로 예민해지거나 우울해지는 날을 겪곤 했다. 그리고 그것이 월경 전 증후군, 일명 ‘P.M.S’라는 것을 월경이 시작하고 18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아챘다. 그리고 유독 심할 때면 우울감이 심하게 와서 혼자 펑펑 서럽게 울어야 그 감정이 해결됐다. 


 우울할 때 했던 행동들은 생각에 비해 무난한 것들이 많았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도 그나마 건전하게 우울한 감정을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칭찬해 줄 만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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