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ON 다온 Sep 13. 2023

우울함을 인정하자.

나도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 / 기분전환 방법을 찾기 

 스스로 우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인정하고, 그것을 해소하는 것에는 꽤 긴 시간이 걸린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그 모습들을 계속 마주하면서 그것 또한 자신의 모습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누구도 어느 짧은 시간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나는 장담한다.     

 학생시절 나는 우울하다, 기분이 가라앉는다는 것을 느낄 때면 내가 이상한 것인지 생각하고는 했다. 그 우울은 보통 무언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시기에 더욱 심해졌기 때문에 내가 예민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비교적 가벼울 때는 좋아하는 노래를 계속 듣거나 그냥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글로 쓰면 그나마 마음이 비워져서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태가 되고는 했다. 그러나 그 우울함이 깊어지거나 우울을 느끼는 기간이 일정 기한을 넘어서도 이어지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버겁다는 것을 느꼈다.      


 학생시절에는 뭔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가 있어서인지 그 시절에는 내가 무엇을 해야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저 글을 쓰는 것 말고는 특별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로는 조금씩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우울했던 시기 중 한 부분인 스물 중반의 나는 굉장히 자주, 많이 걸었다.     


 어릴 적부터 걸으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에 익숙했는데 그 영향인 것인지 나는 머리가 복잡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어디든 걸었다. 어머니가 시골로 내려가서 지내기 시작하면서 나의 우울함은 더욱 깊어졌고, 힘든 찰나에 다가온 연인도 결국은 나를 떠나버리게 되면서 나의 우울함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 우울함이 깊어지자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에 도통 집중하지 못했고, 나의 깊은 감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어느 주말 카페에서 글을 쓰다가 도저히 쓸 수 있을 상태가 되지 못하자 나는 풀어놓았던 모든 짐을 다시 정리했다. 그리고는 가까운 곳에 있는 개천가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다양한 노래가 들려왔고, 하늘이 유독 맑아서 점점 여러 감정으로 일렁이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그래우울할 수 있어어떻게 매일이 행복하고 즐거울 수만 있겠어우울한 것이 잘못은 아니야감정 중 하나일 뿐이야내가 왜 우울하고 힘든 것인지 생각하고 스스로 해결하지 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딱 거기까지만 해결하는 거야더 이상 마음 쓰지 말자.’      


그날이 아무래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의 첫날이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람마다 다르니 나는 그럴 수 있다고, 가끔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감은 나를 내가 아니게 만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