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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Sep 20. 2023

우울을 인정하자, 더 큰 우울이 찾아왔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날이 많아졌다. 

 나의 우울은 오래되었으나 그 기간은 2주를 넘는 날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깨지는 시기가 바로 스물 중반이었다. 나의 두 번째 사춘기가 찾아왔다. 어머니가 없는 집이 되고 최대한 아버지와 마찰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거실보다 방이 편하고, 집보다 밖에 있는 것이 마음이 편한 날들이 이어졌다. 아버지와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서 집안일을 해야 했고, 조금이라도 벌어야 했기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작가의 목표를 버릴 수 없어서 글을 썼지만, 하고 있으면서도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내게 주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이라도 해야 나의 존재의 이유가 생기는 것만 같아서 한 편으로는 등 떠밀리듯이 하루, 하루를 살아갔다. 그렇게 그나마 의지하고 있던 어머니와 멀어지면서 주변에 의지할 곳이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나에게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 두었던 사람이 연락이 왔고, 그 연락에 응답하고 의지하게 되었지만 그 연인마저도 터무니없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해 왔다. 그때부터였을까, 다시 한번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당장 어디로 사라지고 싶다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연락이 와도 받지 않고 그냥 어디로든 사라지고 싶다.’     

한동안은 우울 바다에 빠져서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더 깊은 우울 바다에서 빠져나오는 기간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사내카페 정규직으로 들어가 일을 하면서도 나는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 가족들에게는 표면적으로는 떳떳해진 것 같았지만 실상은 실수하는 나를 자책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참다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힘들다고 말하면 원하는 위로를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답답한 마음을 계속 지닌 상태로 지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출근하는 것이 무서웠던 적이 있었는데 또다시 출근이 무서워졌다. 오늘의 내가 또 무슨 실수를 하게 될지 몰라서 불안했다. 출근길의 나는 겉으로는 평온한 것 같아도 머릿속으로는 출근해서 해야 하는 일의 순서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실수를 하지 않는 날이 되기를 바라면서.     

 일에 적응하면서 나는 점차 우울해지는 날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잊을만하면 한 달의 며칠을 우울의 바다에 빠져있었다. 우울의 바다에 빠지는 주기가 나의 생리 주기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몇 달을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통증으로 찾아오는 생리 전 증후군과 함께 정신적인 생리 전 증후군이었던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그 우울의 바다가 크게 무섭지 않았다. 어차피 1-2주면 괜찮아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때면 나는 우울함에 최대한 깊어지지 않게 내 생각과 감정을 더 글로 쓰고, 때로는 무작정 걸었다. 나는 그렇게 나의 우울의 바닷가에 머물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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