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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Sep 23. 2023

나의 우울감은 소멸될 수 있을까

우울의 바다에 머물게 되는 기간, 14일

     여성이라면 달마다 옛 말로 달거리를 한다. 그게 건강한 여성이라는 증거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나도 그 달거리를 하는 여성 중 한 명이다. 그런데 이 달거리라는 것이 여간 귀찮고, 힘든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달라서 느끼는 정도도 다르겠지만 내가 처음 달거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는 시작하고 나면 하루, 이틀은 아랫배가 뒤틀리듯이 아파서 침대 위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배를 부여잡고 굴러다녔다. 그리고 너무 아파서 어쩔 때는 울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나아져서 처음보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통증이 찾아왔고,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증상들이 나오기도 했다. 시작하기 1-2주 전부터 여성의 몸은 이제 곧 있으면 피의 일주일이 시작된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으로는 신체적인 통증이다. 허리, 아랫배, 두통 등 이곳저곳 통증이 찾아오고 소화불량과 함께 아랫배가 묵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달거리 또한 1-2주 전부터 신호를 보냈으나 나는 그것을 성인이 되어서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했고, 나의 경우에는 심한 두통이 오고 그것이 멈추고 나면 피의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래서 다른 증상들보다 두통이 찾아오는 것으로 신호를 확실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스물 중반이 되고 후반에 들어와서도 내가 생리 전 증후군을 신체적이 증상이 아닌 정신적 증상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냈다.      


 나는 학생시절부터 우울한 기분이 그리 낯설지 않아서 내가 평소보다 우울해져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지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스물 후반에 들어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나는 내가 우울할 이유가 크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그 우울한 기분이 떠나지 않는 것이 이상해졌다. 그래서 이것저것 확인을 해보니 나의 생리 전 증후군은 신체적 증상과 정신적 증상이 동반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알고 난 후 나는 내가 예민해지고, 우울해지면 날짜를 체크했고 두통이 오면 진짜 앞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했다. 나의 이 정신적 생리 전 증후군은 2022년이 되고 더욱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새로운 카페에서 일에 적응하는 시기였고, 친구와 자취를 준비 중이었는데 이것저것 신경 쓸 것들이 많아지면서인지 나는 한 달의 1-2주는 평소보다 예민해지기도 하고 평소보다 우울해하고 걱정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고는 했다. 그렇게 나는 달마다 나의 우울의 바다를 다녀왔다.     


 그날도 나는 우울의 바다를 걷는 중이었다. 그날은 일을 하고 자취집이 아닌 본가로 퇴근을 했는데 기분전환 삼아서 집까지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본가에 도착했는데 가족이라고는 고양이 도도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힘없이 도도에게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바닥에 대(大) 자로 뻗어버렸다. 그렇게 뻗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왔다. 혼자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면서 울어버렸다. 그날 처음으로 나는 새로운 방법으로 우울의 바다를 벗어났지만 나의 생리 전 증후군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로도 나는 달마다 우울의 바다를 다녀왔고, 그것이 버거워진 나는 올해 3월이 되어서야 산부인과를 찾아 호르몬 약을 3개월 꾸준히 챙겨 먹었고, 그렇게 나는 달마다 찾아오는 우울의 바다를 가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편안해졌다 생각을 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7월, 나는 다시 우울의 바다에 가게 되었고 이번에는 바닷가를 걷는 수준으로 멈추지 않았다. 거센 파도에 쓸려가 바다의 한가운데 머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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