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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Sep 27. 2023

나의 우울감은 내 안에 계속 머물고 있다.

우울의 바다 표류기


 7월의 어느 날, 며칠 동안 나는 우울의 바다에 표류 중이었다. 호르몬제를 먹고 이제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나의 기분이 끝을 모르고 내려가더니 예민해지기까지 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함께 있는 사람들의 표정, 말투, 행동 등등 다 신경이 쓰였고, 더 나아가 그 사람들의 표정, 말투, 행동이 나로 인해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그런 생각과 걱정이 점점 많아질수록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여러 부분에서 실수가 생겼고 그럴수록 나는 더욱 가라앉았다. 그게 며칠을 가더니 이번에는 평소 우울의 바다와는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기에 내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나는 과연 쓸모 있는 사람인가’, ‘나는 지금 나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살고 있을까?’,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등 나의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과 더불어 현재 나의 힘든 상황을 내가 이겨낼 수 있을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했고, 그 질문에 나는 ‘잘하고 있어.’, ‘할 수 있어.’라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끝이 어딘지 모르는 터널을 무작정 걷고 있는 것 같았다. 그냥 쉽게 말해서 내 삶에 가망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느끼기 시작하니 일은 더 하기 싫었고, 밥도 먹기 싫었고, 그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러면서도 일도 해야 하고, 일상생활을 해야 하니까 매일, 매일이 그저 내게 주어진 숙제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숙제를 해도 내게는 아무것도 보상이 없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귀찮아.’였다. 만사가 다 귀찮았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일을 하다가 작은 실수를 하게 되었는데 그 실수를 한 나 자신이 너무 싫고 화가 나기 시작하더니 그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혼자 뒤쪽으로 가서 스스로에게 쏟아지는 울분을 한참이고 가라앉혀야 했다. 내가 다시 한번 낯선 나의 모습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7월 중순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나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발을 내디뎠다. 병원에 가기 전에 병원에서 보내준 설문지 몇 개를 하고, 병원에 가서도 몇 개의 설문지를 더 했다. 그리고 원장님과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병원을 왜 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나의 증상이 어떤지, 무엇이 지금 제일 힘든지 등등 여러 질문을 던지셨고 나는 그것에 관해 답했다. 그리고 생리 전 증후군으로 우울해지고 예민해지는 것까지 말했다.      


 당시 나는 평일에서 5일, 주말 1일로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올해 초부터 갑자기 주말 근무지에서 일하는 동료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고, 사이가 멀어졌고, 내 입장에서는 일방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느껴질 만큼 힘들어서 주말 근무자체가 스트레스였지만 나는 그 일을 그만둘 수 없어서 6개월가량을 버티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 모든 스트레스가 그 동료로 인해 생기는 것을 나는 명백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나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 원장님은 내가 우울감이 있는 편이고,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심한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상담 후 생리 전 증후군 우울에 함께 사용되는 약을 처방받았고 그와 함께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해서인지 심혈관계통의 약을 일주일 처방받았다. 더불어 종합심리검사를 권유받았다.


약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우울증이라고 확진을 받은 것이 아닌데 우울증 환자가 된 것 같았다. 기분이 묘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 나의 우울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이미 넘어선 상태인 것 같았다. 병원을 다녀온 다음 날 일을 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나의 삶이 벌이라고 느껴지나요?’     


‘아니오.’라고 답했는데 어쩌면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나의 지금 상황이 벌이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편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잠시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점심시간에 오래 고민하지 않고 주말 근무를 그만두기로 했다.


나의 스트레스가 많아지기 시작한 것은 주말 근무지의 동료와의 마찰이 생기면서부터였고, 그와 마주치지 않으면 어느 정도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점을 피했지만 이제는 한 공간에서 함께 있지 않아도 그의 존재 자체가 내게 큰 스트레스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더는 주말 근무를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9개월을 주 7일, 주 6일로 바꿔가며 일했는데 9개월 중 6개월을 그 사람과 편하지 못했으니 꽤나 오래도 버텼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 우울함은 줄어들었다, 부정적인 생각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확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고, 권태감은 여전했다. 일도 하기 싫고, 배고파도 밥 챙겨 먹는 것이 귀찮고, 운동을 가는 것도 그냥 머릿속에 입력이 되어있어서 가는 것처럼 다녔다. 운동을 해도 기분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거나 하지도 않았다. 혼자 집에 앉아있으면 멍하니 한 곳만 보게 됐다. 그러면서 ‘우울하다, 왜 우울하지?’라고 계속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우울해서 이러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혼자 있을 때면 뭔가 자신이 무미건조하다고 느끼는지, 혼자 있을 때 어떤 상태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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