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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Sep 30. 2023

정신건강의학과에 익숙해져야 한다.

삶의 의욕을 찾아보자, 난 뭘 좋아했던가.

 두 번째 진료는 일주일 만에 돌아왔다. 절차는 똑같았다. 가기 전에 보내 준 설문지를 하고, 병원을 가서 순서를 기다리고, 원장님과 면담이 이루어졌다. 원장님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 상태를 더 면밀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서 다녀온 당일은 뭔가 더 가라앉고, 생각이 많아졌다. 원장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집에 있으면 뭐 해요?’     


빨래나 뭐 집안일 간단하게 하기도 하고,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가만히 앉아있다고 답했다.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그 빨래나 집안일조차도 사실은 너무나 귀찮고 하기 싫지만 혼자 살고 있는 것이 아니고 함께 사는 사람이 가족이 아니기에 미룰 수 없어서 귀찮은 몸을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원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냥 뭐라도 해보는 게 어때요그냥 가만히 있으면 더 우울해지고 그러니까 뭐라도 해보자는 거죠.’      


이런저런 예시를 들어주시면서 내가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서 움직임을 늘려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내가 갖고 있는 삶의 의욕이 많이 떨어진 것 같으니 좋아하는 것을 생각보고, 취미 생활도 해보는 것이 어떠하냐고 그러셨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더 하셨다.      


우울한 지금의 상태가 나아지면 뭘 하고 싶어요?’     


질문을 들은 나는 잠깐 생각을 해봤다. 짧게 생각하고 간단하게 말했다.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고 싶고, 주말에 운동하러 가고 싶다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두 번째 진료가 끝났다. 집에 돌아와서 거실에 앉아 원장님의 질문들을 다시 생각해 봤다. 그리고는 자취집을 쓰윽 둘러보았다. 본가에 있을 때 나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까 생각하면서. 그랬는데 그것조차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주말 근무가 버거워지면서 나는 한 번 그만 둘 생각을 했었다. 4월까지 일하고 5월부터는 주말을 쉴 생각이었는데 그때는 오랜만에 주말 시간이 돌아오면 혼자 당일치기 여행도 다녀오고, 도서관도 자주 가고, 운동도 하러 나가야지 생각하면서 주말 시간이 기대가 됐는데, 정작 질문을 들었던 시기에 나는 주말 시간이 당장 다음 달부터 생기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전혀 생각도 나지 않고 기대도 되지 않았다. 그냥 살아있으니까 살아간다는 느낌으로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약을 먹기 시작하고 나의 우울함은 혼자가 아닐 때는 잠깐 그 모습을 숨겼다. 일을 하면서도 동료들이랑 장난치고, 웃으면서 일하고 친한 손님들이 오면 또 기분 좋게 대하기도 하고, 운동하러 가거나 집에 와서도 혼자가 아니면 나는 잘 웃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혼자가 되는 순간 갑작스레 밀려드는 우울의 파도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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