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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Oct 07. 2023

잠은 내게 잊을 만하면 스트레스를 준다

이유 없이 불안했던 그날,  무서웠다,

 어릴 때 나는 눕기만 하면 잠들고는 했다.

그래서 너무 피곤한 날이면 교복을 입은 채로 ‘잠깐만’이라고 생각하면서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고, 그렇게 잠이 들면 부모님은 깨우시지도 않아서 새벽에 일어나 불편함을 느끼고 주섬주섬 교복을 벗고 다시 잠이 들고는 했다. 그렇게 자는 것에 나는 스트레스를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스물 중반 정도 되었을 때부터인가 처음으로 잠드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이었는지 알았다. 잠이 드는 것도 힘이 들었지만 내가 유독 더 힘들었던 것은 하룻밤 사이에 3-4번을 깨는 것이었다. 길게는 2시간의 한 번씩, 짧게는 30분마다 한 번씩 눈이 떠져서 시계를 보곤 했다.

그래도 그 시기에는 그런 나의 수면 패턴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수면 패턴이 내 정신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반복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병원을 다니면서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섰을 때 약의 변화가 있었다. 내가 잠드는 것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말했고, 다음 날 일을 하면서 계속 피곤하다고 이야기를 해서 2-3 가지 되는 약 중에 한 알을 먹던 것을 반 알로 줄여서 받게 되었다, 바뀐 양으로 약을 먹으면서 잠을 못 잘 수 있다는 사실은 일주일 후 원장님과 면담으로 추측하게 되었다.

줄여진 약이 졸음을 가져오고, 잘 수 있게 해주는 약이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저녁에만 있었나 보다. 그런데 그 약이 줄여지고 하룻밤 사이에 3-4번을 깨는 날이 3일 넘게 이어졌다. 잠을 자야 하는 만큼 자지 못하고, 자고 싶은 대로 잘 수 없는 날이 길어지니 다시 한번 예민해지고 가라앉았다.      


 마음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었을까,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양치를 하고 돌아와서 2-30분 정도 간단하게 잠드는 것이 점심 쉬는 시간의 루틴인데 그날은 눈을 감고 잠드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점심으로 먹은 것이 체할 것 같고,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고, 몇 달 전 바이킹을 타면서 떨어질 때 느꼈던 느낌을 가만히 앉아있는데 받았다. 그래서 잠들지 못하고 계속 혼자 심호흡을 하고, 화장실을 갔는데 몸을 움직이고 아무리 진정하고 싶어도 그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냥 누가 나를 꽉 껴안아주면서 ‘괜찮아, 아무 일 없어.’라고 달래줬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을 해 줄 수 있는 동료가 있었다는 것이다.      


 부탁이 있는데, 한 번만 안아주면 안 될까요?’     


아무리 스킨십을 하면서 장난을 치면서 지낸다고 해도 당황스러웠을 법한 부탁이었을 텐데 흔쾌히 들어줬다. 나를 두 팔로 안고, 등을 토닥거려 줬다. 잠깐 그렇게 있으니 일렁이던 마음이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날 처음으로 이유도 모르는 불안감을 느꼈고, 그대로 가라앉은 기분으로 집에 와서 혼자 또 울어버렸다. 원장님과의 면담이 있는 날,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물음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이유를 모르겠다고, 그런데 그냥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리고 잠을 잘 못 자는 상황도 알렸다. 그리고 그날 줄었던 약이 다시 한 알로 늘어났고, 필요할 때 먹으라고 안정제를 함께 처방해 주셨다. 새로운 약이 하나 더 늘어났다. 조금은 절망스러웠다. 나의 상태가 정말 괜찮아질 수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받은 약을 정리하는데 아침 약에 처음 보는 약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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