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너무 더워 뒤척이며
잠이 들지 못할 때면
잠옷 바지를 얼른 벗어
시원하게 잠이 들었다.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휴지가 떨어졌을 때면
문을 열어서 큰 소리로
"나 휴지 좀!!!" 하고
휴지를 건네받았다.
샤워하고 나면
밖에서 몸을 닦고
옷장까지 후다닥 걸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뭐 어때?'는
가족끼리 했던
가족끼리니까 했던
가족끼리만 했던
나만의 주문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예뻐 보이고만 싶고,
완벽해 보이고만 싶고,
흐트러짐 없이 보이고만 싶고,
이슬만 먹는 것 같이 보이고 싶은
그런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은 자꾸 나에게
"뭐 어때?" 하며
꾸미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도 어느새
"뭐 어때?" 하며
가족들이 아는,
내가 아는,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뭐 어때?'는 주문임에 틀림없다.
가족끼리 하는
가족끼리니까 하는
가족끼리만 하는
그리고
가족이 되는 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