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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호호 Oct 10. 2021

[소소한 호호]제99화: 1차 기형아 검사










"공부를 왜 잘하고 싶어?"

그 간단한 물음에 대한 답은

그만큼이나 간단하지가 않다.

미래에 대한 투자, 가성비와 효율성,

나에 대한 기대에 따른 평가,

인풋과 아웃풋이 가장 뚜렷하고 쉬운 것.

뭐 많겠지만,

어릴 적 나는 막연히

'성적표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종이 한 장으로 뽑혀 나오는 그 표에

뭐 그리 욕심이 있었는지.

그 안에 담긴 숫자들을 깔끔하고 예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변태스럽지만,

성적표 나오는 날이 제일 기다려졌다.


1차 기형아 검사.

나에게는 '성적표의 날' 같았다.

내가 잘했나 돌아보고,

왜 그렇게 입덧을 참지 못하고

토를 많이 했는지 아쉽고,

아기가 잘 있나 궁금하고.


배를 걷어 꾸덕이는 초음파 젤리액을 바르고

초음파 봉이 배에 차갑게 느껴질 때면

내 심장이 쿵쾅쿵쾅 떨렸는데,

내가 이렇게 떨면

초음파 너머로 들리는 아기의 심장소리도

긴장하고 떨린 것처럼 들려서

애써 태연하게

"잘 있죠? 선생님?" 하고

잘 되지 않는 대인배인 척을 했다.


꿈틀 꿈틀 잘 있는 너를 보며

큰 한숨과 큰 미소 내쉬고,

이제는 엄마의 '성적표에 대한 욕심'이

'숫자'가 아닌 '건강'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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