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왜 잘하고 싶어?"
그 간단한 물음에 대한 답은
그만큼이나 간단하지가 않다.
미래에 대한 투자, 가성비와 효율성,
나에 대한 기대에 따른 평가,
인풋과 아웃풋이 가장 뚜렷하고 쉬운 것.
뭐 많겠지만,
어릴 적 나는 막연히
'성적표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종이 한 장으로 뽑혀 나오는 그 표에
뭐 그리 욕심이 있었는지.
그 안에 담긴 숫자들을 깔끔하고 예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변태스럽지만,
성적표 나오는 날이 제일 기다려졌다.
1차 기형아 검사.
나에게는 '성적표의 날' 같았다.
내가 잘했나 돌아보고,
왜 그렇게 입덧을 참지 못하고
토를 많이 했는지 아쉽고,
아기가 잘 있나 궁금하고.
배를 걷어 꾸덕이는 초음파 젤리액을 바르고
초음파 봉이 배에 차갑게 느껴질 때면
내 심장이 쿵쾅쿵쾅 떨렸는데,
내가 이렇게 떨면
초음파 너머로 들리는 아기의 심장소리도
긴장하고 떨린 것처럼 들려서
애써 태연하게
"잘 있죠? 선생님?" 하고
잘 되지 않는 대인배인 척을 했다.
꿈틀 꿈틀 잘 있는 너를 보며
큰 한숨과 큰 미소 내쉬고,
이제는 엄마의 '성적표에 대한 욕심'이
'숫자'가 아닌 '건강'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