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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 Oct 23. 2020

꿀잼과 노잼 사이

안녕 애들아!     


며칠 전만 해도 벚꽃이 눈처럼 내리더니 이제 긴 소매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더워졌네요. 그러고 보니 어느덧 벚나무에 푸른 잎이 가득하고 학교도 군데군데 작은 숲이 생겼어요. 아직은 환절기이니 감기 조심합시다.


오늘은 ‘200X년생은 도대체 어떤 인류인가’에 대한 생각에 빠져본 하루였어요. 샘과 매일 같이 생활하고 지지고 볶는 사이인데 여러분들을 과연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어요. 진짜 그 사람을 이해하려면 일단 판단하는 마음을 미루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음미해야 하잖아요. 다시 너희들과 지지고 볶는 소통의 땅을 다지기 위해서요. 이거 샘이 가끔 이용하는 방법을 사용하니 참 쉬웠어요. 자꾸 판단이 먼저 앞서는 사람을 마치 연극에 처음 등장하는 배우라 생각하고, 어떤 캐릭터일까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거예요. 주연이든 엑스트라든 꼭 필요한 배역이고 다들 이유가 있잖아요. 덕분에 새로운 데이터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과학자의 마음으로 여러분 하나하나를 즐겁게 관찰할 수 있었어요. 여러분들도 친구들을 바라볼 때 가끔 사용해 보세요!


그 결과가 궁금하지 않나요? 샘은 알면 알수록 너희 인류에게 푹 빠질 것 같아요. 샘이 매력덩어리들과 감히 호흡하고 있었다니.


오늘자 샘의 발견 : “꿀잼과 노잼의 사이에 산다.” 샘은 여러분들이 감정에 솔직한 모습이 부러워요. 물론 모든 것이 상대적인 측면이 있겠지만, 확실히 여러분들은 감정에 더욱 솔직하고 즐거움을 제대로 좇고 그 안에서 충분히 기쁨을 누리는 것 같아요. 게임, 웹툰, 유튜브, 연예인 등 큰 것은 아니지만 자기 취향을 잘 찾아 혼자서 낄낄거리는 모습에 샘도 가끔 웃음이 나오곤 해요. 언제 한 번 자유 시간을 줬을 때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콘텐츠를 쭉 훑어봤어요. 다 생소하고 단 하나도 같은 게 없어서 신기했어요. 다음 날은 또 다른 걸 보고 있고요. 이렇게 관심사가 다른데 친구들끼리 평화로울 수 있지 신기한 마음도 들었어요. 꿀잼과 노잼 사이에 살면서 꿀잼을 찾아 즐거움을 느끼는 인류. 샘은 사실 즐거움보다는 공부에 대한 압박과 해야 한다는 의무가 늘 삶의 우선순위였는데 핵노잼 그 자체 더라요. 자신을 더 잘 알고 즐긴다는 면에서 여러분들이 더 앞서 있는 것 같아요.


사진 - Young샘


특히 샘은 “얘 때문에 입덕 당했어요”라는 말이 좋아요. 샘 때는 미디어가 덜 발달해서 그런지 즐길 거리가 많지가 않아, 연예인도 ‘핑클 대 SES’처럼 정확히 파가 나눠졌죠. 그리고 팬덤은 서로 배타적이었어요. 젝키가 노래 부르면 HOT 팬들이 일제히 X자 마스크를 썼어요. 참 웃기죠? 근데 지금은 아이돌도 많아져서 그런지 좋아하는 연예인도 참 다양하더라요. 친구끼리 다른 연예인을 좋아하면서 존중해주더라요! 서로의 즐거움을 인정하고 취향의 민주화(?)가 당연한 여러분들이 진심 멋져 보였어요. 게임을 하는 남학생들도 열중하다 옆 친구에게 뭐하는지 슬쩍 물어보고 언젠가 보면 같은 걸 하고 있고 말이죠. 이 아이들은 정말 민주주의가 전방위로 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의 영역을 지키고, 가끔 입덕 시키면서 서로의 즐거움을 같이 공유하는 게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샘은 여러분들만의 멋진 삶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사진 - Young샘


가끔 교원 평가에서 “노잼”이라는 말에 뜨끔했는데 “꿀잼”을 찾아 샘도 노력해야겠어요. 그리고 여러분들의 즐거움을 먼저 물어보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좀 더 대화가 편해질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어요. 그전에 샘이 먼저 꼭 “꿀잼”을 찾아야겠군요. 앞으로도 눈 크게 뜨고 여러분에 대한 염탐(?)을 놓치지 않을게요. 여러분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샘이라는 직업은 특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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