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A Sep 30. 2024

아.친.엄_Part 2

담달이면 새학기 시작이야.
원장님이랑 월급 협상도 끝났고.
지난 10년 하던대로 그대로 하면 되는데...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진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지. 그렇대도 보증금 2000만원을 어디서 구해.권리금은?처음엔 학생도 없을텐데 매달 월세는?


2층에서 1층으로, 1층에서 아친엄의 차가 있는 곳까지 엊저녁까지도 상상도 하지 않았던 질문들이 머릿 속에 쏟아진다.

"저기... 방금 본 상가 자리 금방 사라지겠죠?

"우리한테 괜찮아보이면 남들한테도 괜찮아 보이지 않겠어요? 마음있으면 용기내봐요."

오는 내내,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이유를  열가지쯤 주절주절 댄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내가 죄를 졌나. 왜 이래 뭘 잘못한 듯 변명을 하고 있나.

용기내 봐요.
용기내 봐요.
용기내 봐요.

 말이 걸렸다. 벌써 수년째 새 학기 앞에서 주저앉곤 했던 이유가 '용기'가 없어서였다는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반나절 일상의 외도를 마치고 따숩고 작은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것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남편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했다.

하고 싶어?월세는 내 월급으로 내면 되지. 학생생길 때까지.

마누라 새가슴에 바람을 넣는다.

그 소리를 듣고,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친정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혹시 집담보대출같은걸로 2000만원만 대출받아주실 수 있어요?

대학 입학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당신들께 손 벌려 본 적 없는 딸이 전화해서 200만원도 아니고 2000만원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엄마는 선뜻 알았다고 하셨다.

언제까지 해주면 되노?

이번주 안에. 가능하면 빨리요.
엄마, 학생생기면 바로 갚을께요. 감사해요~


어둑해지기전, 나는 아친엄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거기 계약하러 갈수 있을까요?


다음날, 통장 잔고를 탈탈 털어 계약금을 넣고 계약을 마쳤다. 권리금도 절반으로 낮추는 협상에 성공했다.


용기를 내보라는 아친엄의 말을 용기가 너무 없는거 아니냐고 삐딱하게 들은 내덕이었을까?월세는 내가 내마하며 오랫만에 멋져버린 남편덕분이었을까? 2000만원을 선뜻 대출해주신다던 엄마덕분이었을까...아니면 이 모든걸 마치 트루먼쇼처럼 내 표정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누군가의 작전이었을까 싶던 상가 구경으로부터 계약까지 고작 36시간이 걸렸다. 우주의 기운인지 뭔지가 휘몰아친 그 겨울날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세상에 나 혼자인것 같은 두려움이 그때 시작되었다.


다음날, 여느날처럼 출근하고 일과를 마친 후, 원장님을 만났다. 그리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원장님, 새 학기에는 제가 함께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좋은 기회가 생겨 스스로 일을 꾸려보려고요. 그동안 감사히 많이 가르쳐주신 덕분입니다.

그렇다면 이 근처말고 멀리 다른 지역으로 가는게 어때요?

네???


다음글에서 계속...


이전 03화 아.친.엄_Part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