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은 주변의 색에 따라 끊임없이 색을 바꾼다. 그러한 생물학적 특성은 이들이 생명을 부지하도록 돕는다.
어떤 사람들은 주변인들의 취향에 따라 끊임없이 취향을 바꾼다. 그러한 사회적 특성은 이들이 사랑과 관심을 부지하도록 돕는다.
이 방정식으로 볼 때 생명을 유지함이란 사랑과 관심을 유지함이라는 답을 도출할 수 있다. 내가 너와 비슷하거나 같도록 애쓰는 것은 너에게서 오는 사랑과 관심이 끊어지지 않도록 애쓰는 것.
아들, 남편이 아이스하키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아이스하키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추위를 싫어하지만 더우나 추우나 경기가 있는 날은 아이스링크장을 찾았다. 한겨울에는 사우나를 선호하지만 더 많은 시간을 링크장에서 보냈다.
콘서트를 한 달에 최소 두어번씩 가는 남편, 장르과 가수를 불문한다. 함께 하고 싶어 함께 가기 시작했는데, 가뭄에 콩나듯 내 스타일의 무대를 찾긴 하지만 대부분은 '척'을 하느라 진이 빠진다.
아침에 와플에 시럽과 버터를 셋팅하며 남은 와플을 대충 접어 먹으며 이것도 나쁘지않다고 최면을 건다.
긴 시간 뒷전으로 밀린 내가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시간이 없어서 미루어놓은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생겨도 이미 습관이 되어있는 것은 바뀌지가 않았다.
그들의 탓도 내 탓도 아니다.
타인의 사랑과 관심이 목숨줄같았던 내가 살려고 택했던 방법일 뿐이다.
카멜레온을 그만하려고 한다.
의지하고 있던 호흡기를 떼고자 한다.
두렵지만.
같이 할래?
아니, 나는 그거 싫어.
'싫으면 시집 가'같은 저주를 듣더라도.
안 좋아하는 것을 지워가다보면,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땐 '사람'을 잃는 것을 두려워말고, 마침내 '나'를 만남에 기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