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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Oct 05. 2020

E01. 오늘도 득근합시다.


오늘도 퇴근 후 이곳에 들러 남은 에너지 몽땅 근육 만드는 데 쓴다. 탈곡하듯 탈탈 털린 후에야 운동중 핑계란 없었구나,할 수있다. 그렇게 1시간, 열심히 살았다. 사방이 거울인 헬스장 벽에 비친 내 얼굴이 새뻘겋다. 박동하는 심장만큼 혈이 온 몸을 빠르게 돈다. 짧지만 자주 거친 숨이 나온다. 그래도 근육은 풀어야 한다. 1분짜리 스트레칭을 하고 이제야 흘린 땀을 씻는다. 운동 마치고 하는 샤워만큼 보람찬 일도 없다. 나를 위한 작은 보상 같기도. 노동의 즐거움을 여기서 배운다. 다만 맥주 한 잔이 그립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상관 없이, 긴 머리 일때나 짧은 머리 관계 없이, 드라이기로 대충 말려 이곳을 뜬다. 지체할 이유없이 아사 직전이다. 집에 가기 전 로비에 앉아 바나나 하나를 챙겨 먹는다. 하나로 부족할 땐 두 개도 먹는다. 입은 분주하나, 여전히 얼굴은 벌겋고 머리는 축축하다. 그러나 개운하다. 상쾌한 날숨과 함께 이곳에서 하루 종료다. 헬스장. 나의 일부, 쉼터와 같다.



습관  이 생활은, 올해로 7년 다. 나 태어나고 7살까지 얼마나 성장했는지 생각하면 절대 작은 시간은 아닐테다. 좀 빨랐다.  "헬스장"하면 남성 운동을 상징하던 때, 그때부터 이곳 드나 들었으니까. 당시엔 3:7 비율로 여자회원 단연코 적었는데, 그 3을 채우던 게 나다. 또 얼마나 이르게 시작했냐면, 일찍 시작해 나쁠 거 없는 것. 운동, 독서, 쓰기, 개중 가장 빨리 시작한 게 운동이다.


하고 싶어 한 건 아니다. 초보직장인 시절,  부적응에 개인사까지 겹쳐 매일이 최이었다. 루가 멀다하고  할것 처럼 메스꺼웠는데, 그때마다 내가 찾은 건 멀미약 대신 식빵이다. 1일 1밤식빵으로 버텼다. 이러다 밤식빵 회사로부터 뒷광고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퇴근 후결 따라 뜯었고, 씹어 삼켰고, 결국 살로 만들었다. 스트레스 핑 삼아 오밀조밀 쪄 버린 3-5kg가, 나를 헬스장으로 등 떠. 그래서 고, 벌써 렇게 간이.


다양한 사람이 똑같은 회원복(찜질복)을 입은 채 존재하는 . 여긴 참 재밌는 곳이다.

나는 좀 한결같은 사람이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후나하 이곳에 들르는데, 보통은 다르다. 시즌을 탄다. 여름휴가 전, 추석이나 설날 뒤, 1월 1일 지난 1월 2일. 이맘때면 바벨이며 덤벨 잡기 어렵다. 다만 찰나다. 기구마다 들러붙어 있어 스쾃하나 하기 힘든 때를 지나 곧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메뚜기족(tribe)과의 스침은 여기까지다.


반면 꾸준히족(tribe)도 있다. 언제와도 대부분 마주친다. 그 사이 이 익어 간다. 때문흠칫 인사 뻔한 때도 있다. 신발만 봐도 일아챌 만큼 반갑고 친근한 사람들이다. 이들대부분 몸에 자신 넘친. 아주 가끔, "방문"에 의미를 둔 회원을 제외하고. 운동을 좋아해 그 모양의 몸이 된 건지, 다부진 몸을 꿈꾸다 운동이 좋아진 건지는 모른다. 다만, 트레이너 못지 않게 잘하고, 좋고, 즐긴다.


꾸준히족에는 작고 어린 내가 있다.

울그락불그락한 아저씨들 틈에 키 160cm도 안 되는  껴있다. 반경 30cm 마련 된 나만의 공간에, 전혀 어색하지 않은 한 호흡으로 그들과 시너지를 주고 받는다. 나는 아저씨를 흘깃하며 5kg 증량 하고, 옹골찬 몸의 아저씨는 작은 체구의 나를 보며 이를 악문다. 나한테 지기 싫거나 혹은 어필하고 싶 보,한다. 이트급과 헤비급, 체급에서 비교도 안되는 우리가, 서로를 자극하며 근성장을 한다. 정을 즐긴다. 그 때문에 나에겐 아저씨가 필요하고, 아저씨에겐 내가 필요하다. 돈 내고 사람 만나러 준히 까닭이. 꾸준히족에는 나도 있다.



추석연휴 다음날 오늘. 뚜기족과 꾸준히족 모두가 헬스장에 모일테다. 바벨 하나 건지기 어려울지 모른다. 들고 싶은 무게의 덤벨 20분을 기다려야 손에 넣을지 모른다. 다들 오늘만큼은 최선 일테니까. 다만 모두에게 땀내가 나는 건 아니다. 때문에 땀내와 안땀내, 한데 섞여 진동 할테다. 땀내는 안땀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러다 다쳐요, 사진 찍으러 왜 헬스장으로 온 거죠, 벤치 프레스에 앉아 저 좀 그만 보세요. 닳겠어요.


알아도 모른척, 하고 싶어도 할 말 없는척, 우리는 서로를 의식하며 오늘도 근성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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