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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Oct 06. 2020

E02. 스쾃하는 엉덩이 처음 보시나요?


목욕탕으로 치면 웨이트 존은 남탕이다. 오늘만해도 그랬다. 바글바글한 사내들 속 유일한 여자는 나,와 여자 트쌤(*트레이너 선생을 부르는 약칭). 남탕에 익숙한 둘 뿐이었다.   긴 커녕 제 할 일을 서스럼 없이 해다. 저씨들 헤쳐가며 나는 벨을 들어 날랐고, 트쌤은 헬스장 가장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런 나와 여 트쌤을 제외하고, 튀어나온 가슴을 하고 남탕에 들어간다는 건 어쩐지 움찔하게 만드는 일 일테다. 보통 용기가 필요한 일 일테다. 여자들 이곳을 피하고, 꺼리고, 하루를 못 버텨 더는 방문하지 않는 이유 일게다. 특히 남탕 출몰한 여성에 집중 된 이목은, 당장이라도 탕에서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을 거다.



헬스장이라는 곳은 사람 모이는 곳이라, 더욱 한데 모이는지라, 한 세트 뒤 숨 고르는 시간 있는 터라 적어도 한 번은 서로를 흘긴다. 때마다 다양한 눈길이. 당신은 어떤 운동 하는지, 나보다 좋은 몸인지 아닌지, 내가 취한 자세 올바른지,와 같은 아주 기본의 시선이 있다. 같은 관심사로 모였지만 편하게 소통할 수 없어 주고 받는 눈치일지 모른다. 염탐 수준의 귀여운 눈은, 탈 없이 수용 가능하다. 시선  곳에 사람이 먼저 가 있는 때도 있다. 거울 응시하고 있어도 옆 사람 래터럴레이즈 하는 모습이 비치고, 정수 물 마시는 틈으로도 크런치하는 회원과 눈이 마주친다. 가볍게 쌩까면 그 뿐이다. 그럴 수 있는 눈이다. 반면 넘어가기 힘든 야릇한 시선도 있는데, 헬스장 눈 맞춤에 익숙한 나도 때로 느끼는 이 눈길이 성가시고 불편하다.


사과 같은 엉덩이가 될테야

오늘의 특수 부위는 힙이었.

남부럽지 않은 사과가 되고자 애플 힙을 단련 한. 힙 키우려면 엉덩이를 써야한다. 어깨 쓴다고 힙이 자라진 않으니까. 머리가 자라기 위해 야한 생각을 해야 하고, 하늘을 봐야 별을 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때문에 엉덩이만 방실방실 부각되는 자세가 주되다. 예를 들면 스쾃할 때 엉덩이 뒤로 쭉 내밀거나, 덩키 킥할 때 엉덩이 왔다갔다 하는 거. 그 날도 신나게 쪼는 중이었다. 동작마다 오는 자극에 제대로 고 있음을 느끼며, 우리 헬스장 엉짱은 내가 되겠다 소리 치며, 중력을 거슬러 탄력에 힘 쓰고 있는데. 낯선 눈길 하나가 들어왔다. 대단히 열심히 하는구나,의 시선만은 아니다. 감으로 안다. 악으로 버티는 작은 나 말고, 움직이는 내 엉덩이 대견히 여겼음을. 한 남자 회원 벤치에 앉아 엉덩이에 꽂힌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운동하러 와서 운동하는 사람 처음 보나요?


당신의 시선 유쾌하지 않음을 나 또한 감으로 내보였다. 보지 마시라, 힙 운동 중이다, 당신이 목표한 부위 운동 열심히 하시길 바란다. 그러다 내가 남탕에 있음을 새삼 인지하고, 하던 스쾃을 마저 한다. 남탕에 들어 온 여자는 희소한 존재긴 하니까. 하필 힙 운동 중이었으니까. 처음 몇 번은 흠칫 놀라기도 했지만, 7년 사이 그러려니가 된다. 시선 처리에도 노하우가 쌓여 오히려 즐기기로 한다. 그리고 보내오는 시선 의식해 더 좋은 자세와 동작으로 완벽한 퍼포먼스를 꾸며야겠다,한다. 작고 어린 내가 커다란 거인으로 보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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